인기있는 드라마가 끝나면 으레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런 의견이 눈에 띈다. “시즌2를 제작해달라”는 성화다. 얼마전 종영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그랬고 ‘개와 늑대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MBC 드라마 ‘궁’,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등이 속편 형식으로 제작된 적이 있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시즌제가 아닌 시리즈물이라고 봐야한다. 진정한 시즌제는 단순히 같은 타이틀로 몇개월 후 드라마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즌의 유기적인 구조가 성립될 때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편에 출연했던 주인공이나 이야기의 전체적인 틀이 유지되어야만 한다. SBS 드라마 ‘불량주부-불량가족-불량커플’, ‘아름다운 날들-천국의 계단-천국의 나무’, ’파리의 연인-프라하의 연인-연인‘, KBS2 드라마 ‘봄의왈츠-여름향기-가을동화-겨울연가’ 등 모두를 시즌제가 아닌 시리즈물로 보는 데는 그런 연유가 있다. 반면 미국드라마는 사전제작과 동시에 시즌제로 제작된다. 한 시즌 동안 방영될 드라마를 미리 완성해 연중 6~7개월에 걸쳐 매주 1편씩 방영한다. 처음 6개월은 방영기간으로 잡고 나머지 6개월은 재방송을 비롯해 다음 시즌물을 제작하는 기간으로 둔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작품 기획과 스토리가 모두 정해져 있다. 방송 초기에 4~8회 분량 정도를 미리 찍어두고 방송 중반 이후부터는 눈코 뜰 새 없이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을 반복하는 우리의 제작환경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미국의 경우도 차후 시즌의 지속 가능 여부는 본 시즌의 흥행여부에 따라 결정되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이 뒷받침돼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 ‘24시’ ‘프리즌 브레이크’ 등 국내드라마 못지않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미국드라마 열풍은 이제 국내 드라마도 시즌제 제작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다행히 시대에 발맞춰 최근 국내서도 시즌제를 도입한 드라마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tvN의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평범한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그려내 화제를 모았던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2를 방영하면서 여전히 시즌1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경우 제작을 맡은 케이블채널과 주연배우들이 기획 단계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제작에 참여해왔다는 점이 시즌2 제작을 쉽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공중파에도 시즌제 드라마가 방송될 예정이다. 오는 30일 MBC가 새롭게 선보이는 본격 시즌제 드라마 '옥션하우스'가 바로 그 것. '옥션 하우스'는 미술 경매에 뛰어든 새내기 경매사들의 일과 사랑을 그릴 예정으로 시즌 1은 총 12부작으로 구성된다. 총 4명의 PD와 4명의 작가진이 매주 한 회씩 각 3부작씩 연출을 맡고 연출자의 성격에 따라 스릴러, 휴먼드라마, 추리물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 드라마를 기획한 박성수 CP는 한 인터뷰에서 “시즌드라마의 두 번째는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준비하는 중인데, 다른 시즌물 두세 편이 나가는 동안 여유와 계획성 있게 준비해 내년 5월 혹은 9월쯤에 ‘옥션하우스 시즌2’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현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서 형식과 내용적 측면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는 측면에서 박수 받을 만하다. 또한 아직 방송사가 결정되지 않은 설경구, 손예진, 차인표 주연의 ‘에이전트 제로’도 있다. 한 시즌에 24부작으로 사전 촬영될 에이전트 제로는 인류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는 특수조직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현재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제작이 연기된 상태. 위와 같은 시즌제 제작 시스템은 향후 한국 드라마의 제작환경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는 신선한 도전이다. 그러나 철저한 기획과 사전 준비가 있을 때 드라마 시즌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밀려오는 '미드'와 '일드' 홍수 속에서 그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국내 드라마, 이제 시작이다. y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