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
OSEN 기자
발행 2007.09.28 09: 19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는 전통적으로 작은 야구와는 대척점에 있는 팀이었다. 세세한 작전보다는 화끈한 홈런 한 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실제로 규모가 작은 대전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만큼 한화의 팀컬러는 적합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는 스몰볼이 대유행했으며 지금도 부분적으로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한화만은 달랐다. 김인식 감독의 성향도 그렇지만 선수 구성상으로도 스몰볼보다는 빅볼이 어울렸다.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 진출, 한국시리즈 준우승 등 성적으로 성공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최근 한화가 달라지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삼성과의 홈 3연전에서 타선 폭발로 완승했지만, 희생번트도 대고 도루도 심심찮게 감행하고 있으며 작전을 거는 횟수도 많아지고 있다. 1점을 빼내는 야구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화는 1점을 주면 2점을 내는 타입이었지만, 시즌 막판부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펜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경기 종반 1점을 짜내는 야구에도 강해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물론 포스트시즌 승리를 위해서도 이 같은 작전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시즌 첫 114경기에서 67차례밖에 도루를 시도하지 않은 한화는 최근 4연승을 거두는 동안 5차례나 도루를 시도했다. 그 중 2차례는 실패했지만 한화가 도루를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언제까지 다이너마이트 타선만을 믿고 기다릴 수 없었던 만큼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야구를 펼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김인식 감독도 “노장선수들과 부상을 염려했던 선수들이 더웠던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불면서 제 컨디션을 찾자 활동적인 면이 생겼다”며 선수들의 과감해진 베이스러닝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김인식 감독은 “아직 해야 할 게 많다. 번트 실패, 중요한 상황에서 점수를 못 올리는 것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가끔 속출되지만 센스가 결여된 주루 플레이는 일순간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확실한 1점을 챙기는 맹수의 집요함이 한화에게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한화는 1점차 승부에서 10승13패로 승률이 롯데(11승16패) 다음으로 낮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작은 부분을 세세하게 다듬는 것이 필요하다. 김인식 감독 부임 후 한화는 빅볼이라는 그들만의 방법으로 경쟁력을 유지했다. 그 중심에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있었다는 점은 화석처럼 단단한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 타선만 믿고 기다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너무도 무모했다. 지난 7~8월, 극심한 팀 타격 부진에 맞물린 하락세가 잘 설명해준다. 시즌 막판 한화의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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