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작가가 ‘배두나’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
OSEN 기자
발행 2007.09.28 09: 28

‘드라마 작가계의 포레스트 검프.’ 이런 작가가 누굴까. 제 3자가 이 얘기를 했으면 욕 먹을 일이지만 스스로가 한 말이니 감히 인용해 본다. ‘포레스트 검프’는 SBS TV 수목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을 집필한 정지우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수식어다. 마지막 회가 갓 끝난 27일의 늦은 밤, 정지우 작가는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의 인터넷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후기를 남겼다. 그리고 그 글 속에 이런 말을 적었다. “드라마 작가계의 포레스트 검프라는 놀림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푼수데기 제 모습을 너무 많이 쏟아 넣어 더욱 소중했던 나의 윤희”라고.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 배두나가 연기한 윤희는 정지우 작가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다. 정 작가는 “배두나 씨, 나의 윤희, 그래서 너무 많이 울리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던 그녀를 떠나 보내며 사랑했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고 애정을 듬뿍 실었다. 그런데 정지우 작가의 이런 작은 배려조차도 결국은 윤희를 닮았다. 극중 윤희가 어떤가. 오지랖이 넓어 끼지 않는 데가 없고 세상 모든 살이에 연민이 안 가는 데가 한 군데도 없지만 결국엔 자신이 상처를 입고 마는 그런 인물이 아니던가. 시청자들을 배려하는 정지우 작가의 마음도 결국은 윤희의 그것과 똑 같다.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있는 드라마 작가들 중에는 세상과의 소통에 완전히 귀를 막고 사는 이들이 꽤 있다.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끌어가면서 시청자들이 따라오기를 요구하는 오만함이다. 자극적인 설정으로 중독성만을 강조하는 독한 이들이다. 하지만 정지우 작가가 바라는 것은 후기에도 밝혔듯이 ‘세상과의 말 걸기’다. 작가는 일방적인 ‘말하기’가 아닌 ‘대화’를 원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완벽한 이웃’을 찾고 싶었다. 정지우 작가의 이런 노력은 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스토리를 바꾸기도 하고 기획 자체를 손질하기도 했다. 자, 그럼 상처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역시 마찬가지다. 완벽한 결말이란 있을 수 없고, 이런저런 불만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작가로 하여금 “또 다시 실패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과의 말 걸기에”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정 작가는 바이블처럼 좋아한다는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류 시인의 말을 빌려 스스로를 경계한다. 그 시인은 ‘작가라는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관심을 받아야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진실인지 검증 받을 수 있으니까’라고 했단다. 정 작가는 ‘바이블’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녀가 가장 경계하고 조심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어수룩한 말걸기에 동참해준’ 동지가 바로 윤희 역의 배두나였다. “준석을 떠나 보내고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우는 장면 하나를 잡아내기 위해 밤새 얘기를 나눴던 그녀와의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작가다. “유명한 길치로 초등학교 때 후문으로 나왔다가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파출소까지 찾아가야 했던 기억을 되살려 만들어 낸 그녀”이기에 배두나를 보는 정 작가의 시선은 더욱 각별하다. 만약 시청자들이 윤희의 모습을 보고 그 어떤 것을 느꼈다면 이는 곧 정지우 작가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은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위해 살아갈 때 한둘쯤은 타인의 고통, 타인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여 주는 이가 필요하다고. 100c@osen.co.kr 배두나. 동영상은 지난 23일 밤 드라마 종방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지우 작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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