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김재박 감독, ”내년 4강, 2009년 우승 목표”
OSEN 기자
발행 2007.09.28 14: 57

[OSEN=홍윤표 대표기자]LG 트윈스는 2006시즌 처음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감독이 시즌 중 교체 되는 곡절도 겪었다. 어수선한 LG의 팀 분위기 속에서 김재박(53) 감독이 현대 유니콘스에서 자리를 이동, LG 재건의 기치를 내걸었다. 서울을 연고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LG는 MBC 청룡을 인수, 새단장을 한 이후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여전한 인기를 누렸지만 작년에 결국 순위표 맨 마지막을 자리 잡더니 좀체 떠오르지 못했다. 한번 가라앉은 팀 분위기는 모래알처럼 흩어졌고 지리멸렬해진 상황에서 김재박 감독은 취임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LG는 변했는가. 김재박호의 색깔은 어떤가. 시즌 막바지인 지난 27일 잠실구장에 부슬비가 내려 SK와의 결전이 취소된 가운데 실낱같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이어가며 마지막 4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김재박 감독의 마음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팀을 앞으로 어떻게 꾸려서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의 생각도 들어봤다. 김재박 감독이 이끈 1년 동안 LG의 성적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게임 수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게 됐지만 삼성이 최근 부진하면서 LG가 전승하면 희망은 있지 않습니까? ▲아직 4게임이 남았지만 말 그대로 실낱같은 희망만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끝이다’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삼성은 또한 시즌 막판으로 오면서 힘이 부치는 모양입니다. 현대 감독 시절에 삼성이 스스로 경기를 망칠 때가 있었습니다. 위에서 밑에서 몰려오는 압박감에 오히려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김시진 감독으로 현대 체제가 바뀌었지만 삼성은 스스로 쫓겨서 다급해 합니다. -시즌 막판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였을 때 선수들의 사소한 실수가 큰 영향이 미치지 않았습니까? ▲많이 아쉬웠습니다. 몇 게임 수비 실수한 게 결국 컸습니다.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많이 주눅이 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맨날 7, 8등을 하다가 갑자기 한 경기 한경기 중요한 게임만 하다보니 더욱 그랬습니다. 이번에 많이 배운 겁니다. 김우석이 공을 놓치지만 않았어도 지금 상황이 달라졌겠지요. 그 때 연장 2번 포함해서 5연패하면서 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우석이를 2군에 제가 내려 보냈습니다. 그 정도 큰 실수를 하면 얼굴을 못 들고 다닙니다. 동료들을 쳐다보기 힘듭니다. -친정으로 돌아와서 첫 해를 보냈는데 현대와의 선수기량이나 팀 분위기 등 차이가 뭐가 있습니까? ▲기량은 (현대보다) 전체적으로 조금 떨어집니다. 2군에서 올라올 선수가 없습니다. 특히 2군에서 받쳐줄 투수가 부족해서 투수층이 빈약합니다. 선수 숫자는 많지만 야구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기가 LG는 부족해 보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훈련을 지휘했다면 각 선수 기량을 충분히 파악해 시즌에 나섰겠지만 가을에 계약을 했어도 대표팀을 맡느라고 (선수파악에) 시간이 짧았습니다. 이번 여름에야 선수들 면면을 제대로 파악했습니다. 지원은 현대와 마찬가지로 잘 되고 있습니다. -시즌 전에 처음으로 구본무 회장이 자택으로 코칭스태프와 식사를 같이 했다는데, 무슨 얘기를 나누었습니까? ▲야구가 침체되어 있으니까 끈질긴 야구를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7, 8등 하고 게임에 지고 그러면 야구가 황당하고 성의 없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회장님께서도 주변에서 나쁜 말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게 싫으셨고 그래서 저희를 불렀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선수들 근성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특히 LG 선수들은 ‘모래알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 않습니까? ▲근성을 이야기 하기 전에 선수들 실력이 모자랍니다. 기량이 어느 정도 닦아져야 근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직 야구할 때 뭐가 필요한 지 선수들이 모릅니다. 실제로 경기에 들어가서 해야 하는, 요소 요소에서 플레이를 할 줄 모르니까 자연스럽게 팀워크도 무너집니다. 사실 팀워크가 제일 중요합니다. -김동주를 포함해서 전력 보강차원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나 키우고 싶은 선수가 또 있습니까? ▲(김)동주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데려오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3루수고 LG는 특히 3루가 취약합니다. 그런데 (김)동주는 수비, 타격 모든 걸 갖췄기 때문에 탐내는 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박경수, 이성렬, 김광삼을 잘 키울 겁니다. 우리팀 전력으로 봐서 박경수는 꼭 키워야 합니다. 이대형, 김상현도 내년 시즌 더욱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박용택을 빼면 시즌 100경기 이상 소화한 어린 선수들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그들이 하는 팀플레이나 야구 센스 등 모든 게 일정수준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올 가을부터 다시 뭉치면 더 기량이 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병도 (이)성렬이 잘해주면 투수만 뽑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중 입니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하면 우승을 따냈던 현대(199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제외 4차례 우승) 시절과 비교해서 LG의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LG 선수들은 야구를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자기 밖에 모르고 자기위주의 야구를 합니다. 팀플레이 의식이 부족합니다. ‘희생하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가 안 됩니다. 이 게 가장 아쉽습니다. 번트 등 희생을 해주고 이러는 것을 잘 모릅니다. -사실 번트는 김재박 감독과 엮어서 말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LG는 번트를 못해서 올해 성적이 안 나온 겁니다. 아직 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이 떨어져서 실수한 적이 많았습니다. 현대 시절 번트 얘기는 항상 진 팀에서 나왔습니다. 지다 보니 ‘번트를 해서 점수를 내면 관중이 줄 것이다’, 이런 말도 진 팀에서 나온 겁니다. -번트 작전을 많이 구사한 것은 사실이지요. ▲이겨야 하는데 삼성처럼 좋은 선수가 많다면 모를까, 사실 좋은 선수가 많으면 번트를 왜 하겠습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쭉 3, 4번 치면 번트 대라고 해도 못 댑니다. 그래도 히트 앤드 런이나 팀 배팅을 해주는 그런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다른 선수들도 보고 자극을 받습니다. -(사인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9월 26일 주니치-요미우리전에서 이승엽이 무사 1, 2루에서 초구에 번트시도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대에 있을 때는 반드시 이겨야 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이라면 번트 사인을 내가 안 내도 선수들이 알아서 번트를 했습니다. 다 팀플레이를 하는 겁니다. 그 게 야구를 안다고 하는 것이고 팀플레이는 스스로 해야 합니다. -작년 시즌 후 LG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 삼성 선동렬 감독과 설전을 벌이며 분위기를 띄웠고 시즌 중에도 감독들 간에 이런저런 설전이 오갔는데, 의도적이었습니까, 열받아서 그랬나요, 아니면 선수들 기 살리기 차원입니까. ▲(웃으며)선수들 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것이 많지요. 우리 선수들이 너무 가라앉아 있어서 그렇게 해서라도 선수들의 기를 살려야했습니다. -게임 수는 늘었는데 옛날처럼 장거리 타자가 많이 없는 게 한국 야구 현실입니다. 문제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이대호, 김태균, 심정수 등이 있지만 투수들이 좋아졌고 구속도 빨라졌습니다. 또한 아마추어에서 대부분 투수를 선호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타자가 안 나옵니다. 솔직히 야수는 프로에 들어와 기존 선수들을 뛰어넘기가 어렵습니다. 투수는 백업도 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결국 우리나라는 아마추어부터 투수 쪽에 (자원이) 몰리는 게 문제지요. -다음 시즌부터 LG를 어떻게 꾸려 나갈 생각이십니까? ▲당장 거포가 없습니다. 올해는 최동수, 이종렬 등 고참들이 잘해줬고 이들이 앞으로 1~2년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봅니다. 차츰 중고참들이 팀을 끌어줘야 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낼 것입니다. 특히 우규민과 이대형은 기대가 되며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겁니다. 우규민은 8월부터 많이 맞고 있는데 이는 경험 부족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포수였던 이성렬을 외야수로 바꾸면서 차세대 거포로 기대가 큽니다. 박용택은 타율 3할을 기대했는데 와서 보니 고칠 게 많습니다. (가을) 캠프에 갔다 오면 달라질 겁니다. -호주로 언제 떠납니까? ▲수비, 공격, 주루 플레이 등 야구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하나 하나씩 짚어주며 가르쳐야 하는데 교육리그에 보내면 게임만 하다 옵니다. 호주가서 진두지휘 할 생각입니다. 호주 시드니로 10월 말께에 갈 생각입니다. 올 시즌 쓸데 없는 실수로 점수를 쉽게 내줬습니다. 기본기가 안돼 있는데, 선수들이 기본기를 얕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비시즌 동안 기본기를 다져 내년에는 더 좋은 팀을 만들작정입니다. -3년 계약이지만 마지막 해는 누수현상이 생기지요. 현대에서 11년간 팀을 맡아 김 감독만의 팀 색깔을 제대로 구축했는데 한 팀에서 5~6년은 해야 제 색깔을 낼 수 있지 않습니까. 3년 임기중 2년째가 상당히 중요한 시기지요. ▲구단 쪽에서 (5년정도) 못 기다립니다. 맨날 꼴찌하고 있으면 못 참습니다. 투자한 게 있으면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내년은 3, 4위는 해야겠지요. (한국)시리즈까지 갈 전력이 못 됩니다. 3년째 되면 선수들 기량이 많이 올라와서 (한국)시리즈에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자원이 모자라니 2군에서 선수들을 제대로 키워야합니다. 이제야 LG 재도약의 발판을 닦았고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 시절 매번 우승한 비결 좀 말해주신다면? ▲선수들에게 본인 스스로 하게끔 밀어줍니다. 만약 실수를 한다면 본인 스스로 깨닫게끔 합니다. 그 자리에서 실수를 꾸짖거나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땀 흘리고 그러면 느낍니다. 이 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소위 야구에서 하위권팀은 특징이 있다고들 한다. 상위권팀은 엎치락 뒤치락하는 1점 승부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챙기지만 하위권팀은 피말리는 승부처에서 항상 무릎을 꿇고 어쩌다 이기는 경기를 할 때면 큰 점수차를 내는 경기를 한다. 팀플레이가 안 되는 하위팀의 특징은 작년 LG와 다르지 않다. 즉, 상대에게 쉽게 무너지는 특징을 보였다. 김재박 감독이 1년 동안 LG의 지휘봉을 맡으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이 바로 기본기와 팀 플레이로 보인다. 이 두 가지를 토대로 팀을 재건하고 있는 김재박 감독. 1년이 지나 아직은 미완성인 팀이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지만 내년을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시즌 동안 어떠한 훈련내용으로 선수들을 끌어올릴 지, 그리고 그 성과는 어떤 모양새로 나타날 지 김재박호의 2008시즌이 기대된다. [정리=제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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