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구명환, "꿈을 접기엔 난 아직 젊다"
OSEN 기자
발행 2007.09.29 09: 04

프로 선수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 없는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텅빈 운동장에서 나홀로 뛰고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꿈을 향해 오늘도 노력한다. 주인공은 이달 초 두산에서 방출된 좌투좌타 외야수 구명환(21). 경상중-경북고를 거쳐 지난 2004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구명환은 체격 조건(185cm 85kg)이 좋고 고교 시절 팀의 우익수 겸 4번 타자를 맡으며 매서운 타격감과 강한 어깨를 자랑한 유망주.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2004년 3월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6월 현역 입대한 구명환은 경기도의 최전방 부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다. 방망이 대신 총을 잡았지만 그의 야구 열정은 변함없었다. "야구를 그만 두고 나니 단점이 보였다. 다시 야구할 수 있다면 더 잘 할 자신있었다"며 전역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난해 6월 전역한 구명환은 9월 신고선수 신분으로 두산에 재입단했다. 겨우내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맹훈련했던 구명환의 목표는 다소 소박했다. 1군에 진입하는 것보다 2년간의 공백을 메워 2군 주전이 되는 것. 전역 후 복학한 남학생들에게 학교 생활이 낯선 것처럼 오랜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에게 모든 것이 어색했다. 경기 감각도 떨어지고 몸이 마음처럼 따르지 않았다. '방망이를 이렇게 휘둘러야 하는데…' 하며 혼자서 고민한 적도 많았다. '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했던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땀흘리며 2년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서서히 감을 잡기 시작하며 내년 시즌에는 다른 선수들과 비슷하게 할 만큼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방출 통보'라는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만 두게 돼 모든 게 막막했다.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많았으나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와 정도 많이 들었는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더라"고 회고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대구에서 성남으로 집을 옮긴 부모님과 오빠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했던 여동생에게 미안할 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현재 모교인 경북고에서 훈련 중인 구명환은 입단 테스트를 준비 중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불투명한 미래에 답답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소식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구명환은 "고향팀에서 다시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야구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가겠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국내 무대에 설 수 없다면 중국 무대도 노크할 계획. 박재현 경북고 타격 코치는 "지금 많이 힘들 텐데 용기를 잃지 않고 노력하는 명환이를 보면 대견스럽다"며 "열심히 준비하는 만큼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달 초 함께 방출된 동료들과 통화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중에 다른 팀에 가더라도 유니폼 입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꿈을 접기엔 그의 꽃다운 나이가 너무나 아깝다. 당당한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그날까지 그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를 것이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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