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는 '9월의 사나이' 이범호
OSEN 기자
발행 2007.09.29 09: 44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에 있어 가을잔치는 낯설지 않은 초대장이다. 김인식 감독이 부임한 2005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가을잔치 초대권을 거머쥐었다. 가을에도 한화는 잘했다. 2005년에는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와 3위 SK를 3승2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KIA를 2승1패,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3승1패로 격침하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한화의 가을잔치가 유쾌하지 못한 독수리들도 있었다. 2005년에는 김태균이 그랬다. 2005년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김태균은 28타수 2안타, 타율 7푼1리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냈다. 홈런도, 타점도 없었다. 2006년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52타수 15안타 타율 2할8푼8리·4홈런·10타점으로 활약했지만 여전히 몇몇 팬들은 김태균이 진정한 가을남자가 될 수 있을지 미심쩍은 눈치를 보내는 것이 사실이다. 2006년에는 제이 데이비스가 문제였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49타수 6안타, 타율 1할2푼2리에 1홈런·4타점이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6차전에서는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삼성 오승환과의 맞대결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애틋한 잔상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 부진은 데이비스가 한화와 재계약에 실패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기량이 노쇠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하지만 김태균이나 데이비스 못지않게 지난 2년간 가을에 남몰래 마음고생을 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이범호(26)다. 이범호의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 성적은 21경기 82타수 17안타, 타율 2할7리·4홈런·11타점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타석 홈런포를 날린 것이 아니었더라면 성적은 더욱 떨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범호의 타순은 6번으로 기대치가 김태균이나 데이비스만큼 높지 않았다. 실망스러웠지만 지탄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범호는 지난 27일 대전 삼성전에 시즌 첫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부동의 4번’ 김태균이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영향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달라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3년간 매년 20홈런을 터뜨렸음에도 6번 타순에 배치됐지만 올 시즌부터는 5번 타순으로 들어가 명실상부한 클린업 트리오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한 이범호에게 다가올 가을은 그가 진정한 ‘추남(秋男)’이 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임에 자명하다. 지난 2년간 이범호는 9월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5년에는 9월 이후 19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1홈런·10타점으로 활약했고 지난해에도 9월 이후 25경기에서 타율은 2할2푼4리로 낮았지만 4홈런·16타점·14볼넷으로 팀 공헌도가 높았다. 특히 9월24일 사직 롯데전, 26일 대전 SK전, 27일 광주 KIA전에서 3경기 연속으로 결승타를 터뜨리는 승부사 기질까지 발휘했다. 올 시즌에도 9월 이후 13경기에서 타율 3할4리·4홈런·1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4홈런 중 2개가 결승홈런이며 나머지 2개가 그랜드슬램일 정도로 영양가 만점이었다. 가히 ‘9월의 사나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9월에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킬러였지만, 10월에는 상대에게 자비를 베푸는 온정을 보였던 이범호. 과연 올해는 진정한 추남이 될 수 있을까. 누구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지만 이범호가 9월부터 가을을 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화팬들이 이범호가 진정한 추남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도 분명하다. 여름철부터 10월까지 피는 가을꽃 ‘아게라툼’의 꽃말은 ‘신뢰’다. 한화팬들의 이범호에 대한 마음도 아게라툼의 꽃말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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