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KIA 이현곤(27)의 2007시즌 성적은 놀라움 그 자체다. KIA의 121경기에 모두 출장, 443타수 150안타로 타율 3할3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격과 최다안타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02년 계약금 3억 5000만 원을 받고 입단할 당시의 기대치를 이제야 충족시키고 있다. 물론 타율 3할3푼8리·144안타를 때려내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삼성)이 무섭게 뒤쫓고 있어 타이틀 수성을 확신하기 어렵지만 이현곤의 2007시즌이 성공적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데뷔 후 가장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현곤이지만, 사람은 잘 나갈수록 견제를 받고 깎아내림을 받기 마련이다. 이현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올 시즌 이현곤을 깎아내리는 주된 요인으로는 득점권 찬스에서 약하다는 점과 3루수 치고는 장타 및 득점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올 시즌 이현곤의 타점은 46개로 중심타자로는 비교적 적은 편이고 장타력을 갖춰야 할 3루수인 것을 감안하면 2개의 홈런은 턱없이 적게 느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다. 올 시즌 이현곤의 득점권 타율은 2할9푼8리로 시즌 타율에 비하면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60경기에서는 69타수 25안타, 득점권 타율 3할6푼2리에 39타점을 기록했다. 1·2번으로 나왔을 때 득점권 찬스에서는 20타수 1안타, 타율 5푼에 1타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3번 타순에서는 중심타자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다. 게다가 8월 이후 30경기에서는 19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타점 생산력을 뽐내고 있다. 장타 생산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현곤의 타격 특성상 아킬레스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3루수를 꼭 거포만 맡으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겨우내 밀어치기에 눈을 뜨며 확실한 단거리 타자로 변신한 이현곤은 적어도 공을 맞히는 능력만큼은 정상급 수준이 됐다. 스윙이 짧고 간결하며 콤팩트하다. 몸의 중심을 최대한 뒤쪽에 두고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은 가운데 여러 타격 포인트에서 공을 맞히는 모습은 전성기 김한수(삼성)를 연상시킨다. 기술적으로도 발전했지만 시즌 후반에도 배트 스피드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에서 이현곤의 꾸준한 자기 관리를 짐작할 수 있다. 비록 장타력이 떨어지는 이현곤이지만 타자의 순수 생산력을 측정하는 OPS(장타율+출루율)가 8할1푼2리로 전체 12위이며 KIA 팀 내에서 1위다. 장타율(0.418)은 20위권 밖이지만, 출루율(0.395)은 당당히 9위다. 이현곤은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볼넷(42개)을 골라냈으며 볼넷/삼진 비율도 데뷔 후 가장 안정적이다. 또한 3번 타순은 물론 1·2·5·6·7·9번 등 다양한 타순에 배치됐음에도 그때마다 타순에 어울리는 타격을 펼쳤다.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을 뒤로 하면 이현곤의 2007시즌 빈 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