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강자였고, 우승 후보였다. 지난 28일 마산 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07 KOVO(한국배구연맹)컵 대회는 시작부터 이변의 연속이었다. 남자부든, 여자부든 특별한 강호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약체도 없었다. 전력이 평준화되며 어느 팀이라도 충분히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대회 이틀째 일정을 끝마친 29일 현재 남자부 대한항공의 비상이 유난히 빛을 발했다. 지난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한 이후 작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섰던 대한항공은 2시즌 연속 V리그 챔프에 등극했던 현대캐피탈을 3-0(25-21 25-19 25-23)으로 물리쳤다. 외국 용병이 아닌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 시즌 대한항공과 재계약한 보비가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김학민과 장광균, 신영수는 출중한 활약을 펼쳐 값진 승리를 일궈냈다. 김학민은 29일 치러진 현대캐피탈전에서 22득점을 올렸고, 장광균과 신영수는 각기 14점, 13점을 뽑아내 배구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이끌었다. 특별한 스타는 없었지만 조직력과 패기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러나 프로배구의 '쌍벽'으로 군림 중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뭔가 부진했다. 잦은 범실과 서브, 리시브의 불안 등이 겹쳐 뭔가 2% 부족한 플레이가 계속 전개됐다. 대한항공에 무너진 현대캐피탈도 의문이었지만 지난 시즌 V리그에서 1위에 올랐던 삼성화재의 움직임도 기대 이하였다. 한수 아래의 상무를 맞아 삼성화재는 3-0(31-29 25-19 25-20) 대승을 일궈냈지만 상대의 패기와 집중력에 쉽게 점수를 허용하는 약점을 드러냈다. 여자부도 완전히 양상이 달라졌다. 놀랍게도 지난 시즌 챔피언에 등극했던 흥국생명이 부진했다. 현대건설은 29일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3-0(25-18 25-14 25-21) 완승을 일궈냈다. 팀 내 주포 김연경과 황연주가 부상으로 빠졌다지만 이날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지나치게 무기력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한유미와 윤혜숙이 각각 15득점과 11득점을 올려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각 구단의 사령탑들은 한결같이 올 시즌 V리그 전망에 대한 질문에 "모든 팀의 전력이 엇비슷해져 쉽사리 우승팀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용병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부상 선수들이 전부 복귀하지 않았다는 점과 전훈 일정으로 인해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는 것도 감안해야겠지만 강호들이 무너지는 모습은 팬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였다. 수 개월의 기다림이 끝나고 '뚜껑이 열린' 남녀 프로배구. 강자도 약자도 없는 흐름에서 다가올 2007-2008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yoshike3@osen.co.kr 지난 시즌 대한항공-현대캐피탈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