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위 일등공신' 정대현, 얼마나 잘했나
OSEN 기자
발행 2007.09.30 11: 26

[OSEN=이상학 객원기자]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선수 칭찬에 인색하다. 예부터 당근보다는 채찍을 먼저 드는 지도자로 유명했다. 하지만 SK를 창단 8년 만에 첫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자신도 감독 경력 16년째에 일궈낸 첫 우승 앞에서 오랜만에 선수 칭찬을 했다. 물론 김 감독이 먼저 꺼낸 칭찬은 아니지만 이례적으로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꼽은 선수가 있다. 마무리 투수 정대현(2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대현은 올 시즌 SK 마운드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김 감독은 새로 영입할 외국인선수 보직을 놓고 고민했다. 선발로만 2명을 채울지, 아니면 선발과 마무리로 1명씩 고를지 고민했다. 김 감독의 고민은 풀타임 마무리 경험이 없는 정대현이 소방수를 맡기로 하면서 자연스레 해결됐다. 이어 케니 레이번과 마이크 로마노,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를 영입하며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시즌 돌입 후에도 정대현은 기대대로 마무리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해냈고 이는 SK가 시즌 중반부터 독주 체제를 굳히는 밀알이 됐다. 사실 정대현의 마무리 기용은 모험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정대현은 순수 언더핸드 투수다. 상황에 따라 연투까지 감수해야 하는 마무리 역할을 언더핸드 투수가 맡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대현이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도 아니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느린 공을 무기로 삼는다. 게다가 2004시즌 풀타임 소화 이후 팔꿈치 수술 및 재활로 2005시즌 전반기 결장한 경력이 있어 내구성마저 의심됐다. 지난해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만큼 올 시즌 그 영향이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정대현은 기대 이상으로 SK 마무리 역할을 해냈다. 정대현은 올 시즌 58경기에서 75⅔이닝을 던졌다. 마무리 투수 중 우규민(LG, 62경기·78이닝) 다음으로 출장 횟수와 투구 이닝이다. 3승 2패 25세이브 3홀드라는 표면적인 성적도 두드러진다. 특히 방어율은 0.95로 8개 구단 주전 마무리 중 가장 좋으며 1993년 선동렬 이후 13년 만의 마무리 투수 0점대 방어율에도 도전하고 있다. 또한 WHIP(0.96)·피안타율(0.191)에서 오승환(삼성, 0.91·0.180)과 함께 유이하게 0점대이자 1할대를 마크하고 있으며 9이닝당 탈삼진도 7.37개로 느린 공을 던지는 언더핸드 투수로는 상당한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비록 블론세이브가 4차례나 있지만 방어율 0점대 마무리 투수에게는 대단히 인간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 와중에도 4차례의 터프세이브와 6차례의 1점차 세이브를 기록해 접전에도 강한 마무리 투수임을 입증해냈다. 승부처에서 누구보다 강한 심장과 함께 느리지만 지저분한 볼 끝으로 타자들을 괴롭혔다. 트레이드 마크인 싱커를 비롯해 솟아오르는 커브와 떨어지는 슬로 커브 그리고 130km대 직구와 110km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던지는 오프스피드 피칭으로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승리했다. 또 철저하게 낮은 코스로 던져 장타 허용이 적었다는 점도 마무리로서 정대현이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다. 풀타임 마무리 첫 해부터 정대현은 0점대 방어율에 25세이브를 거두며 SK를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이끌었다. ‘언더핸드 투수나 느린 공을 가진 투수는 마무리로 적합하지 않다’는 고정 관념까지 깬 성공이기에 정대현의 2007시즌은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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