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패권싸움은 두 40대 투수의 희비가 엇길라는 계기가 됐다.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승률 5할4푼7리(88승73패)로 동률이던 필라델피아와 메츠는 각각 제이미 모이어(45)와 톰 글래빈(41)이라는 노장 좌완을 선발로 내세웠다. 로테이션이 맞아떨어진 까닭도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풍후한 경험이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인 시즌 최종전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경기 뒤 결과는 모이어의 판정승. 1962년 11월18일생인 모이어는 워싱턴의 젊은 타자들을 상대로 특유의 능수능란한 완급조절을 앞세워 관록투를 펼쳤다. 6회 1사까지 비자책으로 1점만 내줬을 뿐 삼진 6개에 무사사구로 찰리 매뉴얼 감독의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모이어는 팀이 1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공을 세웠고, 개인 14승으로 2003년 21승 이후 최다승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글래빈은 최악의 피칭으로 팀 포스트시즌 탈락의 '주범'이 됐다. 올해 팀 선발진 중 가장 믿음직스러웠던 글래빈은 세이 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플로리다전에서 고작 한 타자만 잡은채 7실점으로 강판되는 악몽을 경험했다. 결국 메츠는 플레이오프 탈락이 결정됐고, 글래빈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모이어와 글래빈은 올시즌초 이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4월 13일 뉴욕에서 '최고령 좌완 선발 맞대결'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1966년 3월25일생인 글래빈은 당시 대결서 6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해 팀의 5-3 승리를 이끌며 승자가 됐다. 이후 승승장구한 글래빈은 지난 8월6일 통산 300승을 달성해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까지 230승을 거둔 모이어에 멀찌감치 앞서 있다. 하지만 팀의 운명을 짊어진 최종전이 끝난 현재 이들의 처지는 뒤바뀌었다. 서로 상극의 피칭을 펄치면서 이들의 시즌 마지막 대결은 결국 모이어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여기에 모이어는 최종전 승리로 14승째를 거두면서 13승에 그친 글래빈과의 시즌 다승 경쟁에서도 승리자가 됐다. 팀의 운명은 물론 두 노장 투수의 희비까지 바꿔놓은 1일 경기였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