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의 2008시즌 '기대 증폭'
OSEN 기자
발행 2007.10.01 07: 42

[OSEN=이상학 객원기자] 9월 30일 대전 KIA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챙긴 한화 유원상은 1년 반 넘게 2군 생활을 했다. 유원상이 2군과 1군의 가장 큰 차이로 꼽은 것은 역시 타자들의 능력이었다. “2군 타자들은 실투를 많이 놓치는데 1군 타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유원상의 말. 실제로 유원상은 이날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홈런 하나를 맞으며 1실점했다.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실투였다”. 유원상의 실투를 놓치지 않은 주인공은 KIA의 ‘빅초이’ 최희섭(28). 4회초 유원상의 가운데로 몰린 143km 직구를 그대로 퍼 올려 비거리 125m 대형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 파워와 선구안 ‘좋은 타자가 파워를 가진 타자로 발전하기는 쉽지만, 힘만 있는 타자가 좋은 타자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마이클 루이스의 에 나오는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지적이다. 최희섭은 엄청난 하드웨어에서 나타나듯 파워 하나만큼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과연 최희섭은 좋은 타자일까. 빈의 머니볼 이론에 따르면 좋은 타자는 출루율이 높고 공을 고르는 선구안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빈의 오른팔 격이나 다름없는 폴 디포디스타가 LA 다저스 단장 시절인 2004년 최희섭을 트레이드로 데려온 것은 엄연히 머니볼 이론에 적합한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최희섭은 굉장한 파워를 지녔지만 그만큼 신중하고 공을 잘 고르는 타자다.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 통산 363경기에서 141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통산 타율은 2할4푼이지만 출루율은 3할4푼9리로 1할 이상 더 높았다. 비록 국내 복귀 후 48경기에서 35삼진을 당하는 동안 15볼넷 밖에 얻어내지 못했지만 아직은 국내 무대 적응 기간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정상 컨디션이 아닌 데다 생경한 리그에서 낯선 투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선구안은 갖추기도 힘들지만 한 번 잃어버리면 되찾기도 어려운 민감한 능력이다. 하지만 역으로 쉽게 잃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파워는 어떨까. 2002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으로 장식한 최희섭이다. 국내에서도 7개 홈런 중 비거리 120m 이상 홈런이 3개다. 지난 8월 19일 광주 SK전에서는 김원형을 상대로 비거리 130m 중월 홈런포를 터뜨렸는데 이는 광주구장에 지난해 생긴 그린몬스터를 강타한 첫 홈런이었다. 게다가 비거리가 105m밖에 되지 않았던 7월 21일 수원 현대전, 7월 31일 문학 SK전 홈런은 대신 빨랫줄처럼 라이너성으로 뻗어나간 타구들이었다. 홈런을 노린 스윙이 아니라 정확히 맞히는 타격에서 나온 홈런포들이었다. 이렇듯 의식적으로 큰 것을 노리지 않아도 최희섭의 기본적인 파워는 세다. ▲ 하체와 적응력 타고난 파워와 선구안을 지닌 최희섭에게 마지막 관건은 기술적인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타격은 어려운 기술이다. 둥근 방망이로 둥근 공을 맞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 기술에 필수적인 요소는 역시 밸런스다. 상·하체의 타격 밸런스는 기술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예부터 최희섭은 하체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수 차례 받아왔다. 상체로만 스윙을 하기 때문에 타격 밸런스가 수시로 흔들린다는 지적이 따랐다. 국내 복귀 후에도 최희섭은 하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훈련이 부족한 것이 요인일 수도 있으며 기술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지만 시즌 후 겨우내 가장 먼저 가다듬어야 할 대목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또 하나의 관건이 되는 국내 무대 적응력은 거의 해결된 모습이다. 최희섭은 최근 9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국내로 온 이후 가장 오래 연속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성적은 33타수 19안타로 타율이 무려 5할7푼6리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볼넷을 5개 얻어낸 반면 삼진은 3개밖에 되지 않았다. 7호 홈런을 터뜨린 9월 30일 경기 후에도 최희섭은 “홈런은 경기를 치르다 보면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서 홈런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최근 타격 컨디션이 너무 좋다”며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는 곧 국내 투수들에 대한 적응력 상승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희섭 본인도 “경기를 많이 하다 보니 국내 투수들의 공이 눈에 들어온다”며 어느 정도 적응을 끝마쳤음을 시사했다. 최희섭은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해서 내년 시즌에는 홈런왕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희섭의 호언은 지난 5월 중순 국내에 복귀할 시기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올해 당장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2008년에 포커스를 맞춘 발언이었다. 국내 복귀 첫 시즌이 거의 말미에 다다른 가운데 최희섭의 자신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성적으로도, 위압감으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시즌 중 국내 복귀에 부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희섭은 48경기에서 타율 3할2푼8리·7홈런·45타점에 장타율 5할3푼2리·출루율 3할7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최희섭의 2008시즌에 대한 기대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는 수치들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