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극장가, 관객들의 눈시울을 단풍처럼 붉게 물들이는 멜로 영화가 대세다. 아침 저녁으로 싸늘한 기온이 느껴지던 추석 대목에 곽경택 감독의 경상도식 사나이 멜로 '사랑'이 그 물꼬를 텄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진모 박시연의 가슴 아픈 사랑이 시들해질 무렵, 이번에는 황정민 임수정 커플이 보다 감성적인 비련으로 스크린을 촉촉하게 적신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의 최신작 '행복'(라이필름, 영화사 집 제작)이다. 이 영화, 남자 관객에게는 '맞아. 남자들 속 마음이 다 저렇지' 얼떨결에 무릎을 치게 만들고, 여자 관객에게는 '그래. 남자에게 잘해줘봐야 다 저렇지' 저절로 양 주먹을 꽉 쥐게 만든다.
온라인 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3일 개봉하는 5개 영화를 대상으로 최근 흥행예감도를 조사한 결과, '행복'은 41.6%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선두를 달렸다. 2위는 성룡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러시아워 3'로 27.7%의 성적.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스칼렛 요한슨의 '내니 다이어리'가 15.7%로 3위, 액션 '아드레날린 24' 4위(7.2%), '딕시칙스: 셧업 앤 싱' (2%)의 순서였다.
이번 흥행예감도 집계는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되는 기존 조사들과 달리 실제 영화 예매를 한 네티즌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했다'는 게 제작사측의 설명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멜로는 한국영화 흥행의 사각지대였다. 강동원 이나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외에는 뚜렷한 흥행작을 찾기 어려웠을 정도다. 그러나 올 가을 찬바람이 솔솔 불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들에 관객 발길이 돌아오는 분위기다. 다니엘 헤니의 연기 변신이 도드라진 감동 드라마 '마이 파더' 가 9월 초 예상을 깨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게 시발점이 됐다.
'행복'은 몸이 아픈 두 남녀(황정민 임수정)가 산골 요양원에서 만나 사랑을 느끼고 동거를 시작하는 것으로 진정 행복한 연인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는다. 그러나 방탕한 도시남의 건강이 먼저 회복되면서 마음 속 갈등은 요동을 치고 잔잔한 사랑에 미묘한 파문이 일기 시작하는 과정과 결말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에서 보였던 허 감독의 사랑에 대한 통찰과 감성은 여전하지만 극적 전개와 엔딩은 조금 더 상업적인 면에 가까워졌다. 황정민 임수정 등 주연배우들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한동안 고전을 면치못했던 멜로가 성룡을 앞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의 공세를 뚫고 올 가을 강세를 지켜나갈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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