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단막극이여, '안녕'
OSEN 기자
발행 2007.10.01 11: 07

‘단막극이 사라져가고 있다.’ ‘시청률’이라는 낭떠러지에서도 기존의 드라마가 시도할 수 없는 ‘독특한 소재’와 ‘참신한 구성’으로 그 명맥을 유지해오던 단막극이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 단막극은 K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시티‘만이 유일하다. MBC ’베스트극장‘은 지난 3월 ’드리머즈‘ 편을 끝으로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으며 SBS ’남과 여‘는 지난 2004년 2월에 종영된지 오래다. 그나마 ‘드라마시티’ 또한 ‘폐지론’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태. 이렇듯 방송사들이 단막극을 속속들이 폐지하려하는 이유는 드라마 한 편당 드는 제작비는 적지 않는데 비해 시청률은 높지 않은 까닭이다. 시청률이 높지 않으니 그에 따른 광고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단막극에서 시청률을 따진다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격’이다. 모든 드라마의 기초가 되는 단막극은 연출자와 작가가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독창성을 발휘하기도 하고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는 장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제작진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단막극은 이윤논리를 따지기 전에 그보다 더 값진 문화적 의미가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단막극은 드라마에 관련된 인적 인프라 구축의 최적의 장르다. 김종학, 윤석호, 김윤철 등 수많은 스타 PD들이 단막극을 통해 배출됐다. 아울러 최완규, 노희경, 정성희 등 스타 작가들이 단막극을 통해 시청자와 처음 인사를 나눴다. 또한 김혜수, 최민수, 하희라, 차인표, 감우성, 심은하, 한석규, 이종원, 심혜진, 이미연, 채시라, 조재현, 이나영, 김현주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알고보면 모두 단막극을 거쳐갔다. 신인 배우들에겐 이보다 좋은 드라마 등용문이 따로 없는 셈. 지난 2004년 TV드라마 상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 44회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에서 국내의 한 작품이 ‘최고 작품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바로 MBC '베스트극장-늪'이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PD가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방영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한국 방송사에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는 평을 받았다. 시청자와 드라마 제작진은 이러한 의미 있는 단막극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심야시간대에 편성하는 편성홀대 등의 문제를 개선해 더욱 강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MBC는 ‘베스트극장’의 후속작 격으로 시즌제 드라마 ‘옥션 하우스’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베스트극장'의 뼈대를 이룬 실험성이 돋보이긴 하지만 총 12부작으로 방송되는 드라마가 '과연 여타 미니시리즈와는 다른 단막극만이 가지는 차별성을 지켜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단막극’이라는 주춧돌을 빼버리면 '드라마'라는 건물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또한 그저그런 보통의 토양 아래서라면 모두가 똑같은 곡식밖에 나올 수밖에 없다. 보다 풍부한 토양 아래서 다양한 곡물이 각자의 개성을 가지면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방송사는 물론 드라마 제작진 모두가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y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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