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로드, 이번에는 '가을 굴욕' 떨칠까
OSEN 기자
발행 2007.10.02 06: 56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7푼1리의 수모를 이번에는 씻을 수 있을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각 구단이 분주한 가운데 이 선수 만큼 이번 가을을 절치부심 명예 외복을 노리는 선수도 없을 것이다. 그는 바로 생애 3번째 MVP 수상이 확실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31.뉴욕 양키스)다. 어린 시절부터 로드리게스에게 메이저리그는 넘기 힘든 벽이 아니었다. 열 여덟 어린 나이에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될 때부터, 마이너리그 수련을 1년 반만에 마치고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변신할 때도, 그리고 공수주에서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는 최고의 찬사를 받을 때까지 메이저리그는 그를 위한 장이었다. 그런 로드리게스에게 10월은 '치욕의 계절'이다. 시애틀에 몸담던 2000년까지만 해도 로드리게스는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가리지 않았다. 장소와 상대를 가리지 않고 펄펄 날면서 그가 왜 우리 시대 최고의 야구 선수인지를 똑똑히 증명했다. 그러나 2001년 10년 2억 5200만 달러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계약으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뒤 그는 가을 축제와 '악연'으로 얽히게 됐다. 텍사스에서의 3년간은 보잘 것 없는 팀 성적 탓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도 못했고, 2004년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뒤로는 가을만 되면 만신창이가 됐다. 핀스트라이프를 걸치고 첫 출전한 2004년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3할2푼 3홈런 8타점으로 이름값을 했지만 보스턴과의 ALCS 6차전에서 1루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상대 투수 브론손 아로요의 글러브를 내리쳐 '손치기 사건'의 주역이 됐다. 그의 경기 매너가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고, 훗날까지 주요 미 언론이 그를 공격 포인트로 삼는 계기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2년간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2005년 ALDS 5경기 타율 1할3푼3리에 그쳐 팀 조기 탈락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로드리게스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싸웠다(I played like a dog the last five days)"고 변명했지만 오히려 언론과 팬들의 십자포화를 맞아야 했다. 지난해에는 디트로이트와의 ALDS 4경기에서 7푼1리(14타수 1안타) 무홈런 무타점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남겨 고개를 푹 숙였다. 마지막 경기인 4차전에선 8번까지 타순이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겨울 내내 뉴욕에서는 "큰 경기에서 부진한 쓸모 없는 선수"라는 비난과 함께 "당장 트레이드로 처분하라"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와신상담하며 올해를 준비했다. 4월 초반부터 불같은 홈런포를 뿜어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타율 3할1푼4리 54홈런 156타점이라는 '몬스터 성적'을 올렸다. 홈런과 타점 부문 리그 1위를 차지해 '더블 크라운'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요즘 여론의 관심은 당연하게도 그런 그에게 쏠리고 있다. 양키스에서의 4번째 플레이오프를 맞이하는 그가 이번에야 말로 명예를 회복할지야 말로 이번 플레이오프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모든 것을 잊고 차분히 경기 준비에만 골몰하고 있다.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시즌 후 이틀 정도 나 스스로를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마음고생을 토로한 로드리게스는 "지금은 모든 게 편안하다. 큰 경기를 앞두고 지터 아브레우 등 동료들과 장난을 칠 정도로 부담이 없다. 서로가 웃으면서 긴장을 풀고 있으니 올해는 모든 게 달라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에야말로 로드리게스는 굴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는 5일 클리블랜드와의 ALDS 1차전에 출전하는 그에게 이목이 쏠린다. 그가 넘어야 할 '첫 벽'은 시즌 19승에 빛나는 C.C. 사바티아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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