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배우 주진모(33)가 연타석 흥행 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전작 '미녀는 괴로워'가 전국 662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10위에 오른데 이어 신작 '사랑'이 추석연휴부터 2주 연속 국내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한동안 꽃미남 톱스타의 대명사였던 주진모는 영화 흥행에서 제 몫을 못하는 걸로 오명을 썼다. 데뷔 이후 그리스 조각 같은 외모를 앞세워 CF와 드라마, 스크린을 누볐지만 뚜렷하게 그의 간판으로 내세울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2006년 일본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녀는 괴로워’가 대박을 치면서 그의 가슴을 압박했던 흥행 우려를 단숨에 씼어냈다. 김아중과 함께 주연으로 나선 이 영화는 지난해말 극장가를 휩쓸며 '미녀' 신드롬을 일으켰다. 다만 ‘미녀는 괴로워’가 주진모의 영화라기 보다는 김아중을 톱스타로 탄생시킨 작품의 이미지의 더 강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을 뿐. 이번에 '친구' 곽경택 감독이 역시 부산을 무대로 만든 거친 멜로 ‘사랑’은 주진모의 원톱 영화다. 유도부 학교 짱이었던 고교 시절부터 건설회사의 더러운 뒷 거래를 책임지는 조폭 스타일 간부까지, 주진모는 세대를 건너 뛰며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했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박력과 내공이 객석에 전달될 정도였다. '사랑’은 추석 연휴가 낀 지난달 21~23일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28~30일 마지막 주말 흥행에서도 선두를 유지, 롱런 가도에 들어섰다. 연속 흥행에 성공하는 톱스타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한국영화 현실에서 배우 주진모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어준 셈이다. 초등학교 시절 부산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간 사내 아이가 첫 눈에 반한 여자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걸 건다는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여기에 곽경택 특유의 조폭 액션과 사나이 세계 등을 가미하면서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러브 스토리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주진모는 얼마전 영화 시사회를 끝낸 다음의 인터뷰에서 ‘사랑’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기억에 남지 않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 촬영현장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장면이 있었고, 죽은 미주를 바라보는 장면부터 오열하는 장면까지는 카메라가 있는 줄 모를 정도였다”고 영화 촬영 내내 작품에 깊숙이 몰입했음을 밝혔다. 또 “영화 편집부터 녹음까지 모든 과정을 다 지켜봤다”며 “출연 장면들이 편집당할 때마다 마치 내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늘 반듯한 이미지로 적당하게 영화를 찍는 듯했던 예전의 꽃미남 배우 주진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국의 대표 미남배우 장동건이 ‘친구’로, 1980년대 청춘의 우상 정우성은 ‘똥개’에서 곽경택 감독의 손길 아래 기존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주진모가 뒤늦게 그 길을 걷고 있는 모양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