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수 유력' STX, 'SK 학습효과' 보나
OSEN 기자
발행 2007.10.02 09: 22

‘인수 의지는 있다’. 1999년 이맘 때 쯤 SK 그룹 고위관계자들이 밝힌 말이었다. 당시 해체의 길을 걷고 있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유력 인수 기업으로 떠오른 SK 그룹은 ‘야구단 인수 의지는 있다. 하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서 있었다. SK는 겉으로는 이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는 물밑접촉을 통해 실리를 챙겼다. 그 결과 SK는 3가지 큰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연고지 이전, 인수금 없는 재창단, 그리고 2년간 신인 2차지명 우선권(3명) 등을 확보했다. 선뜻 프로야구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머뭇거리면서 KBO와 타구단들을 압박해 큰 돈 들이지 않고 실리를 따낸 것이다. 연고지 이전 권리를 얻어 전주에서 최고시설로 개장을 앞두고 있던 인천 문학구장으로 옮겨 둥지를 틀었다. 또 쌍방울에 인수금을 주지 않고 재창단 형식을 빌어 구단을 만들게 돼 창단비용을 절약했고 2차지명 우선권으로 유망주들을 대거 확보, 전력의 기반을 다졌다. 이처럼 SK 그룹은 1999년 말과 2000년 초에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작업을 하면서 ‘얻을 것을 다 얻어내는’ 협상의 능력을 발휘했다. 7년이 흐른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할 후보 기업들도 SK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조짐이다. 최근 현대 인수 유력기업으로 떠오른 중견그룹 STX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일 KBS와 인터뷰에서 “인수 의지는 있다. 하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언론이 앞서 가서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STX도 7년 전 SK처럼 ‘인수 의지는 있다’는 표현을 했지만 속내는 드러내지 않았다. 진실로 인수 의지가 있어 KBO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면 STX도 SK처럼 얻어낼 것은 다 얻어낼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 유니콘스의 상황도 7년 전 쌍방울 레이더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들어갈 곳이 없는 서울 연고권 확보, 100억 원이 넘는 채무, 그리고 7년간 1차 신인지명 불가로 인한 유망주 부족 등 쌍방울의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따라서 현대 인수 후보기업들도 SK와 비슷한 요구를 해올 것이 분명하다. 서울을 포함해 다른 지역도 연고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기존 채무에다 인수금을 얹어줘야 하는 재정상황, 그리고 신인 지명권 보상 등을 인수전 선결요구 조건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KBO를 비롯한 7개 구단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8개구단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의견을 일치하고 있어 현대가 공중분해되는 것을 지켜보기보다는 어느 정도 양보를 통해 새로운 기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를 인수할 기업이 7년전의 ‘SK 학습효과’를 통해 어디까지 실리를 챙길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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