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왕과 나’와 동시간대에 겨루고 있는 MBC 사극 ‘이산’이 막을 올린 지 이제 3주째. ‘이산’은 완벽히 이병훈표 사극이었다.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맛은 없지만 보면 볼수록 소소한 재미를 더하는 잔잔함이 ‘이산’의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왕과 나’가 말벌신, 거세신 등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톡 쏘는 자극적인 장면들을 적절히 배치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면 ‘이산’은 산(이서진)을 향한 송연(한지민)의 사랑과 그리움, 끊임없이 계속되는 암살음모, 이를 풀어가는 과정 등 묵직한 기본 줄거리를 바탕으로 인물의 특성을 부각시키며 쏠쏠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먼저 ‘이산’은 1회에서 뒤주에 갇혀 일주일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 가는 사도세자(이창훈)와 그를 보며 통곡하는 어린 산(박지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부자지간의 정을 부각시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송연, 대수와 우정을 쌓게 되는 사연을 통해 이산의 인간적인 성품을 부각시켰다. 더불어 끊임없이 음모에 휘말리며 위기에 처하는 산이 슬기롭게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려 적당한 긴장감을 유도했으며 불같은 성격의 완벽주의자 영조임금(이순재)이 손자 산에게 엄격하게 왕의 자질을 테스트하는 내용은 영조의 냉철함과 카리스마를 짐작하게 했다.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교체된 이후에는 연일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아역의 활약이 너무 특출해 이를 성인연기자가 따라가지 못가거나 아역과 성인배우의 이미지가 달라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쉽지만 ‘이산’은 ‘다모’를 통해 사극연기를 경험해 본 바 있는 이서진을 비롯해 한지민, 이종수, 성현아 등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자연스럽게 흐름을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경쟁작 ‘왕과 나’에 비해 3주 늦게 시작한 탓에 시청률 면에 있어서 아직 조금 뒤처지고 있지만 MBC 측은 아직 여유 있다. 이병훈표 사극만의 재미를 믿고 있기 때문. MBC 드라마국 조중현 부장은 “우리는 우리대로 잔잔한 재미를 주는 방식으로 이어나갈 생각이다”이라고 밝혔다. 조 부장은 “과거 ‘대장금’ 때도 이영애씨의 목욕신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없냐는 문의를 많이 받곤 했는데 그때도 그런 장면 전혀 없이 방송을 마쳤다”며 “‘이산’ 역시 이병훈표 사극의 특징 그대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음 주 방송분에서는 산이 드디어 도화서의 다모이자 어린 시절 동무였던 송연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되는 내용이 방송될 예정이라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hellow082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