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심판이 오면 막연히 불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의 한숨이다. 또 한건 터졌다. 지난 3일 광양 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2007 하나은행 FA컵 전국축구 선수권 대회 4강전에서 심판 판정이 불거졌다. 이날 경기에서 전남은 인천을 2-1로 물리치고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정상 등극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판정 시비가 일었기 때문이다. 전반 3분 전남 산드로의 첫 골이 터졌을 때 인천 선수 일부가 주심에 달려가 김치우의 파울을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거칠게 항의했고 코치 한 명이 퇴장당했다. 이때 경고를 받은 방승환은 전반 16분 거친 태클로 퇴장 조치됐고 이 과정에서 방승환이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신가드(정강이 보호대)를 내동댕이치다 코칭스태프에 의해 끌려 나갔다. 수적인 열세에 몰린 인천은 끝내 0-2로 졌고, 작년에 이어 또다시 4강 진입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인천은 결과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이천 감독과 김석현 부단장은 경기가 끝난 뒤 "방승환은 분명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며 선수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선수를 흥분시키고 팀에 피해를 입히는 심판에게도 분명 잘못이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다른 인천 구단 관계자는 "방승환에게는 구단 차원의 징계를 분명히 내리겠다"면서도 "왜 우리에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프로축구는 끊이지 않는 해묵은 과제인 판정 시비가 올 시즌 후반기 들어 유난히 심해져 경기 중이든 경기 후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다. 심판에 대해 팽배한 불신이 야기한 사태였다. 구단은 구단 나름대로, 심판들은 심판대로 각자의 아쉬움과 어려움을 토로한다. 최근 일련의 사안과는 관계없는 한 구단 관계자는 "성적을 떠나 어떤 특정 심판이 왔을 때 막연한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면서 "실제로 심판 판정 하나하나가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단과 선수에겐 잘못을 질책하면서 심판의 경우 '우수 심판상'을 주는 등 프로축구연맹이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비쳐질 때 아쉽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심판들도 고충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심판은 "우리도 매끄럽고 공정한 판정을 내리려고 최대한 애를 쓰지만 매사 불만을 터뜨리는 선수들과 무조건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구단을 볼 때면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어차피 답이 없는 게임이다. 구단과 심판, 양측을 조율하는 입장에 있는 프로축구연맹도 규정과 방침에 따라 교육하고 제재할 수 있을 뿐 결국 사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이해 당사자뿐이다. 심판들에 대한 구단들의 막연한 불신과 끊임없이 불거지는 판정 논란. 축구가 존재하는 한 어차피 계속될 문제지만 최근 사태들을 통해 한 번쯤은 서로가 흉금을 터놓고, 오해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yoshike3@osen.co.kr 지난 9월 22일 인천-수원전이 끝난 후 인천 팬들이 물병 등을 던져 심판들이 안전요원의 보호를 받은 채 퇴장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