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 고심 끝에 리딩 히터 이현곤 출전시켜
OSEN 기자
발행 2007.10.04 19: 30

"어떻게 밀어줄까". 서정환(52) KIA 감독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삼성 양준혁, 롯데 이대호와 함께 타격왕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내야수 이현곤(28) 때문이다. 출전시키지 않고 타율 관리를 하는 게 좋은 것인지 아니면 출전시켜 당당하게 타격왕을 차지하는 게 좋은 것인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현곤은 지난 3일까지 3할3푼9리로 타격 선두를 지키고 있다. 양준혁은 3할3푼6리, 이대호는 3할3푼4리로 추격하고 있다. 모두 나란히 두 경기를 남겨놓았다. 이현곤이 유리하지만 역전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서 감독은 4일 LG전을 앞두고 "양준혁이 안타를 몇 개치면 위험할까. 어제(3일 한화전) 1위를 지키던 양준혁도 중반에 나왔는데 현곤이를 아예 빼면 타격왕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며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감독의 처지에서는 소속 선수를 밀어주고 싶은 생각이 크다. 개인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선수 개인에게는 엄청난 영광이다. 더욱이 타격왕은 워낙 경쟁이 심해 언제 다시 할지도 모른다. 이현곤은 데뷔 5년 만에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으니 더욱 밀어주고 싶을 것이다. 예전에는 노골적으로 선수를 밀어주는 일이 흔했다. 지난 84년 롯데 홍문종의 9연타석 볼넷 사건이 가장 유명하다. 당시 삼성은 2경기를 앞두고 타격 선두 이만수를 벤치에 앉히고 1리차로 추격하던 홍문종을 9연타석 볼넷으로 걸려 빈축을 산 바 있었다. 이로 인해 이만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도 시즌 MVP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노골적인 밀어주기는 사라지는 추세였다. 결국 고심 끝에 서정환 감독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는 "그래,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당당하게 타격왕을 하는게 낫지. 괜히 이상하게 타격왕 했다는 소리를 듣게 될 지도 모르니 평소대로 선발 출전시켜야 되겠다"고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선발 라인업에 이현곤을 3루수겸 3번타자로 넣었다. 이현곤은 1회 첫 타석에서는 주자를 3루에 놓고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렸고 4회말 두 번째 타석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6회에는 대타 이재주로 교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서 감독은 도중 교체로 은근히 이현곤의 타율관리를 지원한 셈이 됐다. 이현곤은 3할3푼8리5모로 타격 1위를 지켰다. 양준혁은 사직 롯데전에서 3타수1안타를 쳐 타율 3할3푼6리3모로 기록했다. 결국 시즌 최종전에서 양준혁과 타격왕을 놓고 숨막히는 마지막 경쟁을 벌이게 됐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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