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준플레이오프 그리고 김인식
OSEN 기자
발행 2007.10.05 08: 00

[OSEN=이상학 객원기자] 또다시 준플레이오프다. 2005년 김인식 감독 부임 후 한화에게 가을의 시작은 언제나 준플레이오프였다. 2005년에는 페넌트레이스 4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고, 2006년에는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올라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 준플레이오프를 맞았다. 그리고 올해에도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3위를 확정지으며 준플레이오프와 함께 가을잔치의 문을 활짝 열게 됐다. 이래저래 한화와 김인식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와 인연이 깊다. ▲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프로야구에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것은 단일시즌제로 바뀐 1989년부터. 이후 총 16차례의 준플레이오프가 열렸다. 이 중 준플레이오프 승자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8차례로,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정확히 50.0%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은 단 2차례로 확률은 12.5%로 뚝 떨어진다. 게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8차례 경우 중 7차례가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으로 시리즈를 조기 종결한 팀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종 3차전까지 가 2승1패를 하고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프로야구 최초의 팀이었다. 한화의 저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에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통산 7번째다. 올해 맞상대하는 삼성(8회) 다음으로 많은 준플레이오프 참가 횟수. 나머지 6팀들의 준플레이오프 참가 횟수가 2~4회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화와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와 인연이 깊은 셈이다. 특히 한화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진출, 이 부문서 1989년부터 1992년까지 4년 연속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삼성 다음으로 많다. 한화는 역대 6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3패로 5할의 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1990년 전신 빙그레 시절에는 삼성에게 2전 전패로 탈락한 아픔이 있다. 1996년과 2001년에도 각각 현대와 두산에게 2전 전패로 물러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2년은 달랐다. 2005년에는 최종 5차전까지 가 페넌트레이스 3위 SK를 3승2패로 꺾었다. 당시 일찌감치 4위가 확정된 한화와 달리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두산에게 2위 자리를 빼앗기며 3위로 떨어진 SK는 끝내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한화의 저력에 무너져야 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3위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로 올라온 KIA와 최종 3차전까지 갈 정도로 다소 고전했지만, 결국 2승1패로 KIA를 격추시켰다. 2005년, 2006년 모두 시즌 막판 페넌트레이스 순위 다툼에 매달리지 않고 착실히 준플레이오프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한 결과였다. ▲ 김인식과 준플레이오프 한화를 이끄는 김인식 감독 역시 준플레이오프와 인연이 깊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 2차례 그리고 한화에서 2차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등 총 4차례나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SK 김성근 감독(5회) 다음으로 많은 준플레이오프 참가 횟수로 롯데 강병철 감독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승률만을 놓고 보면 김인식 감독이 가장 높다. 4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를 기록하며 김성근(3승2패)·강병철(2승2패) 감독을 앞섰다. 순수 승률도 12경기에서 7승5패 승률 5할8푼3리를 기록, 김성근(7승6패, 승률 0.538)·강병철(5승4패, 승률 0.555)보다 근소하게 높다. 특히 김인식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유이한 감독 중 하나다. 나머지 한 사람은 1992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강병철 감독이다. 김인식 감독은 2001년 두산에서 기적을 연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2승으로 꺾고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3승1패로 제친 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마저 4승2패로 무너뜨렸다. 당시 두산은 10승 투수 한 명도 없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최초의 팀이었다. 타이론 우즈-김동주-심재학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중량감도 대단했지만, 불펜에 중심을 둔 김인식 감독의 포스트시즌용 투수운용도 빛을 발했다. 지난 2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5년에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SK에 뒤진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뤘다. 특히 단기전 승부의 열쇠가 되는 마운드에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김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간 최영필을 핵심 롱-릴리프로 고정시키는 등 공격적인 마운드 운용으로 SK의 예봉을 꺾었다. 지난해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MVP를 차지한 고동진에 대한 꾸준한 믿음과 적재적소의 선수 교체 및 타순 배치로 시리즈를 승리로 가져갔다. 특히 1차전에서 2루수로 한상훈을 교체 투입해 1점차 승부를 대비한 수비 강화나 3차전에서 이범호의 타순을 6번에서 5번으로 끌어올린 것도 승부사적인 감각이 발휘된 대목들이었다. ▲ 2007년 준플레이오프 올해 한화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삼성 선동렬 감독은 지난 3일 한화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우스갯소리로 김인식 감독에게 “1차전 승리팀에게 밀어주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했다. 준플레이오프를 2차전에서 마쳐야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이 있지 3차전까지 가면 장기적으로 승산이 낮다는 것이 선 감독의 생각. 우스갯소리였지만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준플레이오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7차례는 모두 2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한 팀들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중 2번은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무조건 2차전 내로 승부를 마무리하는 것이 관건이 되는 셈이다. 선동렬 감독은 사상 최초로 사령탑 부임 후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모두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을 때 이야기다. 선 감독에게 준플레이오프는 선수 시절에도 낯설었지만 감독이 된 지금은 더욱 낯설다. 선수시절에도 준플레이오프만큼은 좋지 않은 기억만 있다. 1994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⅔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것이 준플레이오프의 전부다. 그해 해태는 한화에 준플레이오프에서 2전 전패했었다. 대조적으로 준플레이오프를 4차례나 치렀고 그 중 3차례나 시리즈를 승리로 가져갔으며 여세를 몰아 한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까지 있는 김인식 감독에게는 더없이 익숙한 무대다. 하지만 야구는 궁극적으로 선수가 하는 것이다. 감독들의 용병술도 중요하지만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선수들의 플레이다. 3년 연속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한화의 관건은 에이스와 4번 타자다. 다름 아닌 류현진과 김태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송진우·구대성·정민철·김민재·조원우 등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은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은 걱정이 앞선다. 특히 류현진과 김태균이 포스트시즌에서 그리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부터 김인식 감독은 핵심투수들과 중심타자들에 대해서는 무모하리 만큼 믿음을 보였고 배반과 보은을 차례로 받았다. 그렇다면 과연 2007년 준플레이오프는 한화와 김인식 감독에게 어떤 결과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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