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003년 입단 신예들, '고속도로'로 진입하다
OSEN 기자
발행 2007.10.05 15: 02

[OSEN=이상학 객원기자] LG에 2003년은 소위 말하는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바로 전 해 객관적 전력상 약체라는 평가에도 당당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명승부를 연출하며 준우승으로 마감한 LG는 그러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으로 6위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1990년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썼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이 부임하고 체질 개선을 단행한 올 시즌 LG는 비록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5위라는 성적과 함께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가능성을 발견한 뜻 깊은 한 시즌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2003년 입단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 2003년 그 이후 LG의 1994년은 가장 성공적인 한 해로 기억된다. 특히 ‘신인 3총사’ 유지현·김재현·서용빈의 활약은 프로야구 전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른바 ‘신바람 야구’였다. ‘꾀돌이’ 유지현의 재기발랄한 공수주 플레이, ‘캐넌히터’ 김재현의 폭발적인 타격, ‘허리케인’ 서용빈의 능숙한 타격과 수비는 꿈과 드라마의 프로야구를 멋지게 포장, 세련미까지 더했다. 신인 3총사가 중심이 된 LG는 그야말로 신나게 치고 달리고 막았다. 깔끔한 스프라이트 유니폼은 그들을 영화의 주인공처럼 비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그들이 LG를 이끌었다. 그런 LG에 2003년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특히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했다. 성남고 출신 ‘초고교급 내야수’ 박경수를 1차 지명했고 2차 지명에서도 1번으로 이성렬, 2번으로 이대형, 3번으로 우규민을 지명했다. 이 즈음 구단 내부적으로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1994년의 영광을 이끈 3총사도 더 이상 3총사가 아니었다. 결국 시즌 후 김재현은 FA가 되어 LG가 아닌 SK와 계약을 체결했고 유지현의 기량도 눈에 띄게 쇠퇴됐었다. 서용빈도 당시 만 32살의 나이에 공익근무 중이라 제대 후에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LG에 2003년 이후에는 음울한 기운만이 잠실 그라운드를 둘러쌌다. 김재현이 안 좋은 감정으로 LG와 헤어지고 유지현마저 2004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은퇴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3살에 불과했다. 서용빈도 기약이 없었다. 결국 그들의 빈 자리는 2003년 입단 신인들이 채워줘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냉정했다. LG가 기대하고 지명한 신인들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기대한 박경수·이성렬·이대형·우규민 모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설익은 선수들이었고 당장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 2007년 그 이후 유지현·김재현·서용빈 등이 중심이 된 과거 LG의 자율야구는 말 그대로 자율야구였다. 이광환 감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을 풀어주었지만, 그만큼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다. 선수들 역시 자율의 테두리에서 자신들의 개성과 나래를 맘껏 펼쳤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LG의 자율야구는 그만 방종야구로 변질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2003년 입단 신예들도 그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율과 관리의 선을 맘껏 넘나드는 김재박 감독의 부임은 타성에 젖어있던 LG 선수단 전체에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먼저 껍질을 깼다. 우규민은 올 시즌 LG의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62경기에서 78이닝을 소화하며 5승6패30세이브 방어율 2.65를 기록했다. 비록 블론세이브가 무려 13개에 달했지만, 대신 터프세이브가 6개로 가장 많았고 1점차 세이브도 8개나 기록했다. 풀타임 마무리투수 첫 해부터 30세이브를 달성한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대형은 유지현 은퇴 이후 공석이 된 LG의 톱타자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 125경기에서 451타수 139안타, 3할8리라는 고타율을 기록했고 도루도 53개나 성공시키며 LG의 역대 한 시즌 최다도루 기록까지 새로 갈아치웠다. 강팀으로 가는 필요조건인 마무리투수와 톱타자 부재를 올 시즌 해결한 것이다. 게다가 2003년 신인 중 단연 핵심이었던 박경수와 이성렬도 껍질을 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경수는 올 시즌 115경기에서 타율 2할3푼8리·3홈런·10도루로 성적만 놓고 보면 그리 돋보이지 않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공수주에서 경기력이 궤도에 올랐다. 내야 전 포지션을 섭렵할 수 있는 수비력은 이미 정상급이다. 게다가 동기생 중 성장세가 가장 더뎠던 이성렬은 김재박 감독이 벌써부터 4번 타자로 점찍을 정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75경기 타율 2할4푼8리·1홈런. 볼넷을 9개 얻을 동안 삼진만 51개나 당하는 등 선구안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내년 시즌부터 포수를 포기하고 외야수로 전향해 타격에 더욱 전념할 계획이다. 김재박 감독도 공공연히 박경수와 이성렬의 성장을 2008시즌 성공의 대전제로 하고 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크게 5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특급 에이스와 마무리, 톱타자와 중심타자 그리고 안정된 내야수비. 박명환이라는 특급 에이스와 함께 우규민·이대형·이성렬·박경수 등 2003년 입단 동기들이 LG가 강팀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에 부합하고 있다. 올 시즌 팀 선배 최동수가 야구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성장하느냐 여부가 될 것이다. 꽉 낀 정장을 입든 듯 답답했던 LG의 유망주들도 이제 막 고속도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곧 LG의 새로운 성공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규민-이대형-박경수-이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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