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을 나눈다는 CF로 유명한 과자가 있다. 80년대 이후부터 쭉 사랑을 받아온 이 과자는 지금까지도 계속 생산되며 군 부대 안에서는 한결같이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다. 덕분에 슈퍼마켓 등에는 맛은 물론 내용물, 겉 포장지까지 비슷한 과자가 우후죽순으로 진열돼 있다. 단지 하나 다른 게 있다면? 과자 이름일 뿐. 히트 상품을 무조건 따라하는 폐단은 방송계가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타 방송국의 오락 프로가 인기를 끌면 ‘따라하기’ 열풍이 부는 것이다. 제목만 다를 뿐 엇비슷한 프로그램들이 같은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방송되니 결국 각각의 프로그램만이 가지는 독창성은 저 너머로 넘어간지 오래다. 시청자들에게 획일성과 식상함을 심어주는 바람에 원성을 사고 있다. 한때 3사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불었다. MBC '천생연분‘에서 KBS2 '장미의 전쟁’으로 부는 바람은 SBS '리얼 로망스 연애편지’와 ‘선택남녀’로 이어졌다. SBS에서 방영된 'X맨‘은 처음에는 ’X맨 찾기‘에만 열중하더니 '커플결정'코너가 인기를 끌자 아예 그 코너만을 위주로 방영하는 진풍경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 여파는 이제 MBC '무한도전‘에게 바톤이 넘겨졌다. 프로그램이 차츰 인기를 얻어가자 방송사들의 ’따라하기‘ 열풍이 또 다시 열병처럼 번진 것. KBS2는 '해피선데이-1박2일’을 내놓았고 SBS는 아예 3년동안 ‘무한도전’을 따라잡겠다고 선포하고 ‘라인업’을 편성했다. 프로그램을 잠깐 들여다볼까.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하다. 특히 '1박 2일'의 경우 포맷부터 제목까지 4자로 같다. 거기다 노홍철은 ‘무한도전’과 ‘1박 2일’에 겹치기 출연까지 하고 있다. 제목만 가리고 본다면 어디가 ‘무한도전’이고 ‘1박2일’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 심지어 케이블 채널 MBC 드라마넷의 경우 아예 대놓고 여성들로 구성된 '무한도전' 판을 편성했다. ‘무한걸스’는 출연자가 여자라는 점만 다를 뿐 ‘무한도전’을 흉내낸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정 과제를 놓고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오락 프로그램으로는 KBS2 ‘해피투게더-도전 암기송’ KBS2 ‘해피선데이’의 한 코너인 ‘하이파이브’와 SBS ‘옛날TV-옛날TV 따라잡기’ 등이 모두 비슷한 분위기와 컨셉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와 문화, 사람들의 의식은 점점 다양화하고 세분화되고 있는데 쇼프로그램의 ‘따라하기’로 인한 획일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정 연예인들의 매너리즘을 가속화하는 것에도 이같은 점이 한몫을 할 터. 쇼 프로그램은 정해진 포맷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큐, 드라마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예능이라는 장르에 잘 녹여내야 남과는 색다른 연출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비단 남과 달라야 하는 것뿐만 아니다. 자신이 연출한 프로그램도 어제와 오늘이 달라야 변화하는 시대에 입을 맞출 수가 있다. 이제는 같은 제작비라면 콩만 심을게 아니라 팥도 심고 감자도 심어서 더 이상 시청자들이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영양분이 잘 맺힌 TV식단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어떨까.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지금보다 질적인 방송으로 나아가는 길, 바로 그 첫걸음은 방송사들이 인기 쇼프로그램 ‘따라하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포맷을 선보이는 작은 걸음에서 시작될 것이다. y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