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뉴욕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1차전에서 맥없이 대패하자 뉴욕은 충격에 휩싸였다. 상대전적에서 훨씬 앞선 클리블랜드에 힘 한 번 못 쓰고 완패한 충격은 조 토리 감독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WFAN과 ESPN 라디오 등 스포츠 전문 미디어에서는 6일(한국시간) 내내 토리의 '작전 미스'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승부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에서 뒷짐만 지고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양키스는 전날 2-4로 끌려가던 5회초 천금같은 기회를 잡았다. 선두 대타 셸리 덩컨의 우전안타, 자니 데이먼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희생번트가 예상됐지만 토리는 타석의 데릭 지터에게 강공을 지시했다. 결과는 우익수 뜬공아웃. 다음 타자 바비 아브레우가 좌측 2루타를 친 터여서 토리의 강공 지시는 논란이 되고 있다. '보내기'에 성공했다면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 수 있었고, 그랬다면 경기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결과론이 비난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과거 토리는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 초반 번트를 불사할 정도로 '작은 야구'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은 '가만히 앉아 3점홈런이 터지기를 기다리는 식'으로 일관했고, 이는 양키스가 최근 6년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는 하나의 이유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 미디어들은 여기에 3-4로 추격한 1사 만루에서 볼카운트 0-3로 유리한 상황을 맞이한 호르헤 포사다에게 웨이팅 사인을 내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당시 제구력 난조로 진땀을 흘린 사바티아를 좀 더 흔들지는 못할 망정 무모한 '그린 라이트'로 오히려 회생시켜줬다는 것이다. 스리볼 뒤 헛스윙과 파울로 풀카운트까지 몰린 포사다는 결국 맥없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의 게임포인트였다. 투수 교체 시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4회까지 4실점하며 고전한 왕젠밍을 5회에도 내보내 결국 추가 5실점으로 돌이킬 수 없는 국면까지 몰고갔다는 것이다. 구위가 좋은 필립 휴를 5회 즉시 투입했다면 분위기 반전도 가능했을 텐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왕젠밍만 넋 놓고 바라보다 결국 대량실점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왕젠밍이 난타 당하자 양키스는 패전처리용 투수들을 줄줄이 내보내며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지난 1996년 오랜 야인 생활에서 벗어나 양키스 수장에 오른 토리는 신중함과 동시에 의표를 찌르는 전략으로 승승장구했다. 부임 첫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1998∼2000년 월드시리즈 3연패의 위업을 세웠다. '단기전의 마술사'라는 찬사도 뒤따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토리는 타자들을 간섭하기 보다는 내버려두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포스트시즌도 정규시즌처럼 한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너무 오래 한 팀 지휘봉을 잡은 탓에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과거의 총기를 잃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1차전 완패로 양키스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다른 팀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묘한 '징크스'가 양키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2000년 이후 치른 7번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양키스는 첫 판을 내줬을 때 결국 최종 승자가 됐다. 양키스가 1차전을 이겼을 경우에도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은 상대팀이 했다는 게 낙관론의 근거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