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경험 부족? 'SK 고등학교'가 해답. 지난 2월 SK의 오키나와 평가전을 취재할 때다. SK는 LG의 캠프지 이시카와 구장을 방문해 소위 '오키나와리그'의 첫 평가전을 치렀다. 당시 김광현(SK)과 봉중근(LG)의 첫 등판이 이뤄져 관심을 끌었지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대목은 SK의 덕아웃이었다. SK 벤치는 도무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 1개를 던질 때마다 박수와 환성이 터져나왔다. 경기를 뛰는 동료 선수가 뭐라도 잘했으면 격려, 잘못했어도 괜찮다는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LG 벤치도 동료들을 독려하긴 했다. 그러나 그 강도에서 LG는 프로의 '체통'을 지키는 쪽이었다면 SK는 전국대회에 나온 고교야구팀을 연상케 했다. 저렇게 하도록 교육받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SK는 '시끄러웠다'. 시골 마을이라 관중은 취재진을 포함해 손에 꼽을 숫자인지라 SK 벤치의 박수와 함성은 이시카와 구장을 경기 내내 뒤덮었다. 그로부터 약 8개월 뒤 SK는 창단 이래 최다승(73승)을 달성하며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을 통틀어 19일간을 제외하고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압도적 전력이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SK 회의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가 대부분이란 점이 꼽힌다. 실제 SK의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유력한 두산 한화 삼성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다. 또 SK에 비해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반면 SK는 조웅천 박경완 박재홍 김재현 정도가 우승 경험자다. 김성근 감독부터 한국시리즈는 이겨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 선수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SK는 오키나와에서 이에 대한 처방을 보여줬다. 김인식 한화 감독의 발언과는 다른 각도에서 'SK 고등학교'가 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2002년 LG와 같은 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