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과 함께 잉글랜드 최고의 전통 명문 클럽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보비 찰튼, 데니스 로, 조지 베스트, 에릭 칸토나, 로이 킨 등 스타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스타들 중에서도 유독 남미 출신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에서 남미 선수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맨유처럼 빅클럽에서 제대로 활약한 남미 출신 선수들이 없다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가장 최근 주전 멤버로 활약한 선수로는 가브리엘 에인세(아르헨티나)가 있었지만 그마저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떠났다.
맨유는 그동안 '남미 선수 징크스'를 겪었다. 맨유의 선수 영입 중 최악의 케이스라고 일컫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아르헨티나)을 비롯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조세 클레베르손(브라질)이 모두 그렇다. 이들 모두 퍼거슨 감독이 야심차게 맨유로 데려왔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만을 남겨놓고 팀을 떠나고 말았다.
남미 선수들이 잘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 파워를 위주로 한 축구 스타일, 남미에서 EPL에 대한 관심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향 등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밤 맨유로서는 의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위건과의 9라운드 경기에서 남미 출신인 카를로스 테베스(아르헨티나)와 안데르손(브라질)이 팀의 선제 결승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0-0 무승부 상황이던 후반 9분 안데르손의 스루패스를 받은 테베스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수비수 두 명과 골키퍼까지 따돌린 후 골을 성공시킨 것. 안데르손의 찔러주는 패스가 일품이었고 이를 화려한 개인기로 마무리한 테베스의 능력이 빛나는 대목이었다.
둘의 활약은 자신들을 둘러싼 주위의 시선을 무색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유럽 언론으로부터 '먹튀' 라는 오명을 쓴 안데르손은 이날 좋은 패스를 선보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테베스 역시 리그 2호골을 뽑아내며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루니의 투톱 파트너로 테베스와 루이 사아를 놓고 고민한 끝에 결국 테베스를 선발 출전시켰다. 경기 후 퍼거슨 감독은 테베스에 대해 "상대 수비수를 봐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 선수" 라며 칭찬했다.
물론 이제 리그 초반기일 뿐이다. 또한 앞으로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많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건전에서 보여주었던 테베스와 안데르손의 플레이는 맨유의 남미 선수 징크스 타파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bbadagun@osen.co.kr
테베스-안데르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