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도 좋겠지요. 하지만 크게 신경은 쓰지 않습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노장의 음성은 유쾌했다. 기분이 좋아 구단 식구들과 한 잔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대전 시티즌의 김호 감독은 지난 6일 경기 승리 후 6강도 좋지만 확실한 대전만의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날 제주 유나이티드와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데닐손의 2골-1도움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둔 대전은 8승7무9패(승점 31)로 리그 8위에 랭크됐다. 앞으로 꼭 2경기만을 남겨놓은 상황. 그러나 6위 인천 유나이티드나 7위 포항 스틸러스가 모두 대전과 같은 승점을 기록 중이라 충분히 역전도 가능하다. 김 감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담담한 척하지만 기쁨은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죠. 주위에선 자꾸 나만 주목하는데 99퍼센트 이상은 우리 선수들이 잘해주는 덕택입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굳이 6강 진입에 사활을 걸지는 않았다. 단기간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장기간 시일을 두고 조금씩 스텝을 밟아나가길 희망했다. 정상을 밟아보고 싶다는 속내도 함께 전했다. "6강 진출이라고요? 가면 정말로 좋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대전은 우리만의 축구를 해야 하고, 당장의 우승이나 센세이션보다는 팬들을 위한 축구를 해야 합니다. 물론 내년 시즌은 더 자신있고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연봉이 공개되며 상처받은 것으로 전해진 고종수 얘기를 꺼냈다. 그래도 김 감독은 개의치 않고 원하는 답을 해줬다. "잘 달랬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대스타였으니 자존심이 많이 상해있었죠. 그래도 (고)종수가 어디를 가겠습니까. 필드를 누빌 때 눈빛을 보면 평소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젠 괜찮을 겁니다". 대전은 오는 10일 광주 상무, 14일 수원 삼성과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모두 홈경기로 치러져 부담이 덜하지만 수원전을 앞둔 김호 감독의 심정은 각별할 법도 하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간결했고 의외였다. "수 년간 이끌었던 수원이지만 상대는 상대일 뿐이죠. 수원도 우리를 이겨야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노릴 수 있고, 우리도 나름의 입장이 있지요. 느슨하게 풀어갈 생각은 없어요. 이길 수 있다면 꼭 이겨야죠". 고독한 승부사는 올 시즌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까. 올 막바지 K리그는 김호 감독과 대전의 돌풍으로 보다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