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225로 50타점' 정경배, '속이 꽉 찬 남자'
OSEN 기자
발행 2007.10.07 14: 57

[OSEN=이상학 객원기자] SK 김성근 감독은 지난 겨울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한 선수 중 하나로 프로 12년차 베테랑 내야수 정경배(33)를 꼽는다.
정경배는 FA 재계약 첫 해였던 지난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자책감과 후배 정근우의 성장에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는 터에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팀 체질개선으로 가을 마무리훈련부터 정신 자세를 달리했다. 김성근 감독이 올 시즌 각종 공격지표에서 정근우에 뒤지는 정경배를 주전 2루수로 중용한 것도 이 같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천고 출신 정경배는 2002년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고향팀’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4년간 타율 2할8푼4리에 연평균 43.8타점을 올렸다. 2루수로서 수비의 안정감도 뛰어났다. 특히 FA 취득 직전이었던 2005년에는 126경기 모두 출장, 타율 2할8푼6리·11홈런·6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주가를 높였다. 2005년의 활약은 시즌 후 3년간 총액 16억 원에 SK와 재계약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FA 재계약 첫 해였던 지난해 84경기에서 2할1푼이라는 생애 최악의 타율으로 몸값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올 시즌 성적도 크게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116경기에 출장했지만 타율이 겨우 2할2푼5리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낮은 타율. 하지만 타점이 정확히 50개로 타율에 비해 많은 편이다. 50타점 이상 기록한 26명의 타자들 중 타율이 가장 낮지만 그 와중에도 타점이 많다는 것은 정경배의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타점의 비결은 역시 득점권 찬스를 놓치지 않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정경배의 득점권 타율은 3할3푼3리로 시즌 타율보다 1할 이상이나 높다. 게다가 결승타도 10개나 된다. 4번 타자 이호준과 함께 SK에서 가장 많은 결승타를 때린 타자가 바로 정경배다. 또한 결승타를 10개 이상 때려낸 9명의 타자 중에서도 정경배의 타율은 가장 낮다. 하지만 타점과 더불어 결승타까지 많다는 것은 한마디로 속이 꽉 찬 타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정경배를 중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첫째 이유가 내야 수비의 안정이다. 순간적인 흐름과 판단 그리고 실책이 좌우하는 단기전에서는 안정된 수비가 필수적이다. 정경배의 2루 수비는 다이내믹하지 않을지 몰라도 안정적이다. 유격수로 포지션 변경 실패로 수비에서 일종의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고 있는 정근우는 오히려 지명타자가 더 편할지 모른다. 더군다나 정경배는 과거 삼성 시절부터 SK에서까지 포스트시즌 경험만 44경기나 되는 베테랑이다.
둘째 이유는 타격이다. 페넌트레이스 때처럼 하위타순에서 결정적인 한 방만 해줘도 정경배는 자신의 몫을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정경배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타격이 영 시원찮았다. 44경기에서 151타수 37안타, 타율 2할4푼5리에 그쳤다. 홈런은 2개였으며 타점도 20개로 많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볼넷을 10개 얻어내는 동안 삼진만 30개나 당했다. 특히 SK 이적 후 포스트시즌 타격 성적은 13경기 38타수 7안타, 타율 1할8푼4리·1홈런·5타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승부사’ 김성근 감독은 정경배에 대한 신뢰를 거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페넌트레이스 막판 정경배의 50타점 옵션을 채워주기 위해 타순을 세심하게 조정할 정도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누구보다 땀과 노력의 자세를 중시하는 김성근 감독에게 정경배는 공수 양면과 그라운드 안팎에서 속이 꽉 찬 남자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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