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이 열린 지난 8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은 혼란스러웠다. 경기 전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하면 조 토리 감독의 복귀는 없을 것이다"고 했던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최후통첩'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9일 뉴욕 언론들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양키스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후임 감독이 누가 될 것인지를 두고 귓속말을 나눴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보스)의 발언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가 토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려진 얘기다"고 말했다. 올해 연봉 7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감독 가운데 최고액을 받는 토리는 시즌 후 계약이 만료된다. 현재로선 그가 '특별한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재계약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토리가 내놓을 만한 성과를 "최소한 월드시리즈 진출이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스타인브레너는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3차전서 기사회생한 양키스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라설 수 있다. 2연패 뒤 극적인 3연승을 거두더라도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막강한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토리가 내년에도 핀스트라이프를 다시 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구단 관계자들이 차기 감독을 벌써부터 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토리의 후임은 돈 매팅리 벤치 코치와 조 지라디 전 플로리다 말린스 감독. 매팅리는 1982년부터 양키스에서만 14년을 뛰며 통산 222홈런을 기록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뛰어난 1루 수비로 아메리칸리그 골드글러브를 9번이나 수상했다. 양키 좌타 파워히터의 계보를 80년대 충실히 계승했다. 팬들로부터 가장 환영받을 만한 인물로 꼽힌다. 지라디는 구단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인물이다. 역시 양키스에서 선수와 코치를 거친 그는 지난해 플로리다에서 빅리그 감독의 역량을 보여줬다. 제프리 로리아 구단주와의 갈등으로 시즌 뒤 팀을 떠난 그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감독직 제의도 뿌리치고 뉴욕으로 복귀했다. 양키스 전담 방송국인 YES 네트워크의 해설자로 1년 내내 일하며 '때'만 기다리고 있다. 또 하나 간관할 수 없는 인물은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이다. 통산 2375승으로 '전설' 카니 맥과 존 맥그로에 이어 감독 통산 최다승 3위에 랭크돼 있는 그는 양키스가 가장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단짝'인 월터 자케티 단장이 구단 내부 갈등으로 최근 세인트루이스를 떠난 까닭에 그 역시 카디널스와 인연을 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라루사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플로리다주 탬파 출신이다. 최근 몇 년간 맨해튼을 떠나 탬파 자택에 머물러 온 스타인브레너는 탬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관계자들의 무성한 '뒷말'과 달리 선수들 분위기는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아버지처럼 따랐던 토리의 운명이 풍전등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심각한 표정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이런 대접은 옳지 않다. '미스터 T(토리의 애칭)'에게 이렇게 대해서는 안된다"며 "공을 던지고 타격을 하는 건 선수들이다. 토리는 1년 내내 우리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해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