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하반기를 대표할 두 편의 대작 드라마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혈전을 벌인다. 그 혈전의 시작이 하루 앞으로 다가 왔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SBS 수목드라마 ‘로비스트’(최완규 주찬옥 극본, 이현직 부성철 연출)와 MBC ‘태왕사신기’(송지나 박경수 극본, 김종학 윤상호 연출)는 각각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단 먼저 시작해 기선을 제압한 ‘태왕사신기’는 방송 첫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스페셜 방송을 포함해 4회를 연달아 방송하는 파격 편성을 했다. 이에 뒤질세라 ‘로비스트’ 역시 방송이 시작되는 10일 2회, 11일 2회를 방송하며 ‘태왕사신기’ 못잖은 물량 공세를 하려고 한다. ‘로비스트’ 처지에서는 판타지 사극 ‘태왕사신기’를 보지 않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잡고, ‘태왕사신기’를 보고 난 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로비스트’에 시선을 둘 팬들, ‘태왕사신기’를 봤으니 ‘로비스트’ 한번 봐 볼까하는 시청자들의 눈까지 사로잡으며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관심을 모이게 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일단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로비스트’는 ‘태왕사신기’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기대감을 더한다. 특히 ‘태왕사신기’가 화려한 CG로 판타지 영화를 연상케 했다면 ‘로비스트’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 혹은 전쟁 영화에 사랑까지 가미되며 눈과 귀를 현혹시킨다. ‘태왕사신기’와 ‘로비스트’는 각각 430억 원, 120억 원을 들인 작품답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우리나라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어느 쪽이 승리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인지를 떠나 보다 편한 마음으로 두 드라마를 지켜본다면 시청자들은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들이 보여주는 시원한 볼거리의 향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경쟁은 경쟁이다. 서로 윈윈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승자는 반드시 ‘자신’이 되기를 원한다. 명실상부한 한류스타 배용준과 떠오르는 한류스타이자 ‘주몽’의 히어로 송일국의 자존심 경쟁에서 더욱 그렇다. 이 두 사람은 이 거대한 항공모함을 이끄는 선두주자로서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대립 점에 설 수 밖에 없다. 송일국은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드라마는 현대극이고 ‘태왕사신기’는 사극이니 시청자들이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몰론 송일국의 이 말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태왕사신기’와 ‘로비스트’는 방송 시간은 겹치지만 장르가 확연히 달라 시청자 층이 겹치지 않을 수 있다. ‘태왕사신기’는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이고 ‘로비스트’는 최첨단 무기를 둘러싼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현대극이다. 이것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전체 수목 드라마 시청자 층을 넓히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전쟁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전쟁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서로가 의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엄연히 자신들의 색깔을 가진 두 드라마인 만큼 뚝심 있게 처음 가고자 했던 바대로 끌고 나간다면 시청자들도 좀 더 편안히 두 작품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최대치로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happ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