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삼성 선동렬 감독은 단기전에 강했다. 사령탑 데뷔 첫 해였던 200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거뒀고, 지난해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3차례 연장 승부에서 2승1무를 거두는 등 4승1무1패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일궈내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지휘봉을 잡자마자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사령탑은 선 감독이 처음이었다. 가히 ‘단기전의 강자’라 할 만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마운드, 그것도 강력한 불펜을 앞세운 ‘지키는 야구’가 있었다. 이번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은 선 감독의 승부사적 기질과 지키는 야구가 승리의 횃불이 될 것으로 의심치 않았다. 사령탑 3년차를 맞아 처음으로 준플레이오프라는 낯선 무대를 경험하게 됐지만, 선 감독은 승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마침 준플레이오프 파트너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꺾은 데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10승8패로 우위를 보인 한화라 자신감은 더욱 컸다. 실제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선 감독은 자신감 속에 비장의 승부수를 감추고 있었다. 특히 올 시즌 내내 속을 썩인 1~2번 테이블세터진의 변화를 암시했다. 그러나 이를 전해 들은 한화 김인식 감독은 단기전의 변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상대팀 사령탑의 경계심 가득한 반응처럼 보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 감독이 들고 나온 테이블세터진의 조정은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당초에는 한화의 1차전 선발이 류현진이라는 것을 감안, 톱타자로 활약한 좌타자 박한이를 하위타순으로 내리고 우타자 신명철을 톱타자로 격상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신명철의 톱타자 승격은 예상대로였지만, 박한이는 하위타순이 아닌 2번에 배치됐다. 결과적으로 박한이와 신명철만이 자리를 맞바꾼 셈이었다. 선취점이 승부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 믿은 선 감독에게 테이블세터진의 부분적인 조정은 크지 않지만, 승리를 향한 승부수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선 감독의 결정은 1차전 완패(0-5)와 함께 오판이 되고 말았다. 특히 신명철은 5타수 무안타, 박한이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1~2번 테이블세터진의 도합 성적은 9타수 1안타 3삼진. 볼넷도 없었다. 특히 신명철은 2구·4구·5구·3구·1구만에 타격할 정도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히지 못했다. 톱타자로서 상대 투수의 공을 최대한 오래 고르며 괴롭히는 기본적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이날 경기가 신명철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라는 감안할 때 톱타자로의 승격은 모험성이 다분했고, 최선의 선택도 아니게 됐다. 만약 박한이를 그대로 기용해서 좋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면 또 다른 형태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겠지만 그것이 또 야구다. 물론 선 감독의 오판으로만 돌리기에는 이날 삼성 타자들이 너무 무기력했다. 이날 선 감독은 희생번트는 물론 어떠한 작전도 펼치지 못했다. 득점권 찬스도 매번 중심타선 또는 1사 후에만 걸려 타자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삼성 타자들은 무려 10차례의 득점권 찬스에서 1안타에 그쳤다. 나머지 9차례 중 7차례가 무기력한 삼진이었다. 이날 잔루는 무려 10개로 한화(2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 된 6회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 2타수 2안타를 치던 김한수가 우익수 짧은 플라이로 아웃된 것이나 대타로 내보낸 박정환·강봉규의 연속 삼진이 결정적으로 뼈아팠다. 가장 큰 패인은 누가 뭐래도 찬스에서 지독할 정도로 맞히지 못한 타자들이었지만 선취점을 내지 못하면 경기 주도권을 내준 채 소극적인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는 '선동렬표 지키는 야구'의 뚜렷한 양면성까지 함께 드러낸 1차전이 되고 말았다. 2차전에서도 삼성으로서는 지킬 점수를 먼저 얻어 주도권을 잡아 가는 선취점의 중요성이 더욱 더 커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