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삼성과 한화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전 대전구장. 가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 속에서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한 선수가 타격 훈련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고 쭉쭉 뻗어가는 타구는 수 차례 대전구장 좌측 펜스를 넘어 갔다. 5개 가운데 2-3개는 홈런성 타구. 주인공은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한수(36, 내야수). 여섯 차례 골든 글러브를 거머쥐며 프로야구 무대를 호령했던 김한수의 올 시즌 성적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10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3푼5리 68안타 3홈런 26타점 25득점이 올 시즌 그가 거둔 성적. 본인 스스로도 기억하기 싫을 정도다. 까마득한 후배 조영훈(25)에게 1루 자리를 내줘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도 겪어야 했던 그는 누구보다 독기 품은 눈빛으로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컨디션은 좋다. 특별한 각오보다는 그저 잘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전했다. '홈런을 몇 개 치겠다. 중요한 순간 한 방을 날리겠다'는 것보다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 '소리없이 강한 남자'라는 그의 별명처럼. 김한수는 2회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트렸다. 0-1로 뒤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렸다. 0-3으로 뒤진 6회 무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선 김한수는 아쉽게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에서 김한수는 2안타로 양준혁과 함께 유일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팀이 0-5로 완패했지만 김한수의 회복 조짐에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 시즌 성적이 부진했으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풍부한 경험 때문. 김한수가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겨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