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노구치 우승’ 김종근, 스모 샛별 발돋움
OSEN 기자
발행 2007.10.10 15: 57

일본이 국기로 삼고 있는 스모계에 한국인 샛별이 떴다. 그 주인공은 김종근(20. 마쓰가네 도장 소속). 긴류잔(金龍山)이라는 스모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근은 지난 9월 열렸던 도쿄대회 죠노구치급에서 7전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죠노구치(序ノ口)는 마쿠우치(幕內)를 최상위 계급군으로 둔 일련의 스모 계급군 가운데 맨 아래 계급. 김종근은 77명의 죠노구치 선수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비록 아래 계급이긴 하지만 그의 우승은 부상을 딛고 일궈낸 것으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종근은 원래 유도 선수 출신이다. 키 188㎝, 몸무게 160㎏으로 기골이 장대해 서울 성수중에서 헤비급 유도선수로 뛰었으나 중 3 때 나간 소년체전에서 편파판정에 상처를 입고 운동을 포기, 스모로 전향했다. 김종근의 부모는 운동선수 출신이다. 아버지 김규진(51) 씨는 연식정구 국가대표를 지냈고, 어머니 김미진(48. 명일여고 체육교사) 씨는 청주여중, 서울체고 시절 국가대표 생활을 했다. 어렸을 적부터 덩치가 크고 운동을 잘 했던 꿈 많던 한 소년이 낯선 스모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고질적인 판정 시비 때문이었다. 김미진 씨는 “중 3 때 출전한 소년체전 유도 헤비급에서 편파판정을 당해 아이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유도를 그만 둔 후 스모 얘기가 나왔을 때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김기주 씨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가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일본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김기주 씨 역시 용인대를 나온 유도 선수 출신으로 일본 스모계에서 마쿠시타(幕下)까지 올랐던 인물. 5년 전인 2002년 말에 일본으로 건너간 김종근은 스모 훈련 도중 목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사실상 선수 생활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부상 사실을 애써 감추고 운동을 계속해 왔으나 2005년 3월께 팔을 들 수 없으리만치 통증이 심했고, 주위에서 가망이 없다고 단정을 내릴 정도였다. 운동이 제대로 될 턱이 없었다. 김종근은 하는 수 없이 귀국, 이곳 저곳을 다니며 좋다는 치료를 다 받아봤고 별 차도가 없었으나 전주에서 받은 침치료 이후 호전되기 시작, 이번 9월 대회 직전에야 일본으로 건너가 대회에 출장할 수 있었다. 가벼운 훈련만 하고 대회에 나갔으나 워낙 기량이 뛰어난 탓에 죠노구치급에서는 상대할 자가 없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산을 타거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다뎌온 김종근은 처음 스모에 입문했을 때는 고전했다. 그의 어머니는 “유도는 당기는 운동이고 스모는 미는 운동이어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유도와 스모는 힘을 쓰는 방향이 기본적으로 정반대여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목을 다치는 바람에 2년 가량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종근이는 워낙 운동 욕심이 많고 지는 걸 싫어한다. 아프지 않고 운동을 계속할 수 있어야할 텐데…”라며 김미진 씨는 여전히 아들 걱정을 했다. 현재 스모계는 몽골인 아사쇼류와 하쿠호가 최고위(한국의 천하장사격)인 요코즈나에 올라 있는 등 몽골 선수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인으로는 씨름 통일장사(아마추어)를 지낸 김성택(30)이 가스가오(春日王)라는 스모 이름으로 최상위 계급군인 마쿠우치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성택은 9월대회에서 10승 5패로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아직 약관에 불과한 김종근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부상의 덫만 피한다면, 김성택처럼 마쿠우치로 올라서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9월 대회 우승으로 김종근은 차기 11월대회(규슈대회)에서 한 단계 위 계급군인 죠니단에서 뛰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스모계에서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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