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 그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필요할 때 한 방씩 쳐주는 큰 형님. 그래서 팬들은 그에게 신이라는 극존칭을 붙여 '양신'이라고 부른다. 주인공은 바로 삼성 최고참 양준혁(38). 양준혁은 10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중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6-0 영봉승을 견인, 경기 MVP로 선정됐다.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삼성의 6회말 공격. 선두 타자 박한이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김재걸이 기습 번트를 시도, 한화의 두 번째 투수 최영필이 이를 잡지 못해 내야 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1사 주자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양준혁은 최영필과 볼 카운트 1-1에서 3구를 그대로 걷었다. 타구는 가운데 펜스를 넘는 125m 짜리 2점 홈런. 양준혁의 홈런이 터지자 3루 관중석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홈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도는 양준혁은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의 모습처럼 위풍당당 그 자체 였다. 1차전에서 0-5로 완패 당한 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으로선 양준혁의 홈런이 '가뭄 속의 단비'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날 경기 후 양준혁은 "홈런이 아니면 이기기 힘들어 큰 것을 노렸다"고 운을 뗀 뒤 한국시리즈 3번 우승하면서 다소 저조했는데 MVP와 같은 타이틀을 노리지 않냐고 묻자 "매 경기 매 타석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개인 타이틀에 연연하면 선수가 아니다"고 팀의 승리를 가장 우선시 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