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주 맹활약' 김재걸, 2차전 '숨은 주역'
OSEN 기자
발행 2007.10.10 22: 08

[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걸사마’ 김재걸(35, 삼성)은 역시 큰 경기에 강했다. 삼성의 김재걸 2번 기용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10일 대구서 벌어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박한이를 톱타자로 기용함과 동시에 김재걸을 2번으로 올렸다. 1차전에서 2타수 무안타, 그것도 두 타석 모두 득점권 찬스에서 각각 3구 삼진과 맥없는 땅볼로 물러나며 교체된 김재걸이었지만 큰 경기에서 꼭 해줄 것이라는 선 감독의 기대는 결코 틀리지 않았다. 2차전에서 삼성 타자 중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때려내는 등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맹활약한 것이다. 김재걸은 1회말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특히 볼카운트가 2-0까지 몰렸지만 볼을 2개 골라내고 파울로 커트해내며 6구까지 승부했다. 첫 타자 박한이가 한화 선발 정민철을 상대로 초구에 기습번트를 대다 아웃된 만큼 최대한 볼을 고르며 승부하겠다는 테이블세터의 본능에 충실했다. 이른바 생산적인 아웃이었다. 김재걸의 활약은 4회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회말 선두타자로 들어선 김재걸은 한화의 바뀐 투수 최영필을 상대로 5구째에 특유의 밀어치기로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어느덧 김재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밀어치기는 얼핏 공에 밀려 친 느낌을 주지만, 고감도 손목활용으로 만들어진 타법이다. 비록 삼성은 득점으로 연결 짓지는 못했지만, 김재걸의 안타를 시작으로 최영필을 흔들며 1사 만루 찬스까지 만들었다. 결정판은 6회말이었다. 박한이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소강상태가 되는가 싶었던 경기는 김재걸의 기습번트에 이은 내야안타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초구를 그냥 흘려보낸 후 2구째에 기습적으로 번트모션을 취한 뒤 공을 투수와 1루수 사이에 떨어뜨려 놓았다. 완벽한 기습번트였고 결과는 내야안타였다. 순간적으로 흔들린 최영필은 결국 후속타자 양준혁에게 비거리 125m 중월 투런 홈런포를 맞으며 무너지고 말았다. 김재걸의 활약은 비단 방망이뿐만 아니었다. 출루할 때마다 과감한 리드로 한화 배터리를 괴롭혔다. 올 시즌 한화를 상대로 팀에서 가장 많은 5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김재걸의 존재는 한화에게 성가심 그 자체였다. 특히 양준혁은 김재걸로 인해 오랜만에 테이블세터의 덕을 봤다. 1루에 출루한 김재걸이 도합 5개의 견제구를 이끌어내며 양준혁에게 도움을 줬고, 양준혁은 4회 볼넷에 이어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으로 화답했다. 7회말에도 김재걸은 무사 1·2루에서 정확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작전 수행 능력까지 발휘했다. 역시 테이블세터에 어울리는 플레이. 김재걸의 희생번트는 양준혁의 고의4구와 심정수의 2타점 적시타로 이어져 2차전 승부를 결정짓는 디딤돌로 작용했다. 게다가 3루 수비에 있어서도 김재걸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안정감 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힘을 보탰다. 그야말로 공수주 삼박자에 걸친 맹활약. 2차전 삼성 승리의 숨은 주역으로 손색없는 김재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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