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같은 3이닝이었지만 체감은 180도 다른 3이닝이었다. 10일 한화와 삼성의 대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선발투수들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한화 정민철(35)과 삼성 전병호(34), 두 투수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인 데다 과거 파워피처에서 완벽한 기교파 투수로 변신에 성공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삼진을 잡기보다는 범타를 유도하는 스타일인 두 투수의 맞대결이었기에 그만큼 수비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그런 두 투수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란히 3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전병호는 4회초 한화 선두타자 제이콥 크루즈를 9구 끝에 볼넷으로 보내자마자 강판됐다. 정민철은 3회까지 별다른 탈 없이 마운드를 지켰지만, 4회말 한화 마운드에는 최영필이 서 있었다. 갑작스런 허리 통증으로 정민철이 조기강판을 자청한 것이었다. 정민철은 3회까지 1피안타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비록 2회말 삼성 진갑용에게 포크볼을 던지다 선제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을 상대로 2승 방어율 0.93을 거둔 킬러다운 피칭이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허리통증으로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 본의 아니게 팀 패배에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정민철의 뒤를 이어 등판한 최영필도 몸이 덜 풀린 탓인지 4회말에만 2피안타 1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결국 6회말 양준혁에게 쐐기 투런포를 맞고 무너졌다. 한화로서는 믿었던 베테랑의 부상에 미처 대비할 틈도 없었다는 것이 더 아쉬웠다. 하지만 전병호는 3이닝만 던진 선발투수로는 이례적으로 박수 갈채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1차전을 앞두고 브라이언 매존 대신 전격적으로 2차전 선발로 예고된 전병호는 3회까지 2피안타 2볼넷을 허용했지만 9개 아웃카운트 중 7개를 땅볼로 잡아내며 한화 타선의 장타력을 잠재웠다. 최고구속은 130km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저 92km 커브까지 던지는 등 특유의 완급조절로 위력을 떨쳤다. 4회 볼넷과 함께 윤성환에게 공을 넘겼지만 사실상 선발보다는 가장 먼저 나오는 투수의 의미가 컸던 만큼 맡은 소임을 충분히 다해냈다. 삼성은 2회말 진갑용의 홈런으로 귀중한 선취점으로 주도권을 잡았고 그 이면에 바로 전병호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