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강도가 커지고 있다. 풀햄의 로리 산체스 감독이 팀 안팎에서 강력한 사임 압력에 시달리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설기현(28)도 덩달아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풀햄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서 1승4무4패(승점 7)라는 극도의 부진에 휩싸이며 2부 강등권인 18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그 뒤에는 볼튼 원더러스와 더비 카운티뿐이다. 지난 8일(한국시간) 런던의 홈 구장인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포츠머스와 9라운드가 결정타였다. 이날 풀햄은 90분 내내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결국 2만 여 홈팬 앞에서 0-2로 무너지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이 경기 패배로 풀햄의 무승행진도 7경기로 늘어났다. 산체스 감독의 경질설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지사. 토튼햄 핫스퍼의 마틴 욜 감독만큼이나 산체스 감독에게도 대단한 압력이 가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집트 부호 알 파예드 구단주는 UEFA 대회 출전 티켓 확보가 가능한 5위권 진입을 목표로 2500만 파운드(약 47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드러나지 않았고, 그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 이러한 불똥은 고스란히 풀햄으로 팀을 옮겨온 뉴 페이스들에게 튀었다. 디오망시 카마라, 하뫼르 부아자, 스티븐 데이비스, 리 쿡, 폴 콘체스키, 대니 머피 등 또다른 동료 12명과 함께 풀햄 유니폼을 입은 설기현도 예외는 아니다. 산체스 감독이 리암 로시니어를 레딩에 내주고 설기현을 데려온 까닭은 다름아닌 공격진 보강. 최근 몇 시즌간 강등권을 맴돌다 간신히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곤 했던 옛 틀에서 벗어나고자 산체스 감독이 직접 내린 결정이었기에 파장은 더욱 크다. 현지 언론들은 자주 '풀햄의 부진 원인은 맥빠진 공격진에서 비롯됐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전했고, 홈팬마저 팀에 야유를 보내는 사태까지 이어져 구단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설기현으로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득점포를 쏘아올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산체스 감독은 최근 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9경기만 소화했을 뿐이다. 어느 감독이나 압력을 받겠지만 지금은 너무 이르다. 앞으로 2경기만 이기면 중위권까지 도약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공허한 외침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프리미어리거로서 이제 막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설기현. 레딩을 떠나 풀햄을 선택한 그의 결정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향후 풀햄의 행보와 함께 설기현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