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두 번째로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삼성 선동렬 감독은 지난 9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대전)에서 패한 후 “2차전에는 두 번째로 들어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실을 나갔다. 포스트시즌에서 경기 후 인터뷰는 패장이 먼저하고 승장이 그 다음에 한다. 선 감독의 ‘두 번째 입장’은 2차전 승리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약속대로 선 감독은 10일 대구 2차전을 6-0으로 완승, 한화 김인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인터뷰실에 나타났다. 1차전 패배 후에도 잃지 않은 자신감은 2차전에서 더욱 빛났다. 1차전은 선 감독과 삼성에게는 재앙과 같은 한판이었다. 선취점은 커녕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지키는 야구의 모태가 되는 지키는 점수조차 없었던 것. 특히 8안타로 한화(7안타)보다 하나 더 많은 안타를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찬스 때마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맥없이 돌아갔다. 게다가 선 감독의 승부수였던 신명철의 톱타자 기용과 6회초 박정환·강봉규 대타 기용 그리고 선발 제이미 브라운에 대한 미련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 패배의 아픔이 곱절로 컸다. 하지만 역시 선 감독은 ‘학습효과’가 뛰어난 지장이었다. 2차전에서 선 감독은 1·2번 테이블세터진에 각각 박한이와 김재걸을 기용한 뒤 신명철을 9번으로 내렸다. 그리고 선발 전병호를 4회초 무사 1루에서 과감하게 강판시켰다. 1차전 작전 실패를 인정하는 선택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승리였다. 결과적으로 김재걸은 3타수 2안타 1득점 1희생번트로 2번 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전병호를 바꾼 것 역시 불펜을 일찍 가동함으로써 지키는 점수를 확실하게 지키는 쪽으로 나아간 것이 그대로 적중했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6회초. 선발 전병호에 이어 4회부터 등판한 윤성환은 6회 2사까지 1피안타만 허용할 정도로 한화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잘 던지던 윤성환을 2사 2루에서 한화 4번 김태균을 상대로 3구까지 던지게 한 후 임창용과 교체했다. 선 감독은 볼카운트 투 스트라이크 이후 투수교체 작전을 종종 썼다. 볼카운트 2-1에서 올라온 임창용은 3구째에 145km의 빠른 직구로 김태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선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마치 각본처럼 짜여 진 놀라운 마운드 운용이 그대로 빛을 발했다. 그러나 2차전 인터뷰에서 선 감독은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 최종 3차전 승리를 향한 각오가 더 대단했다. “죽기 살기로 하는 것이다. 그것 밖에 없다”며 선 감독 답지 않게 이례적으로 승리 집착 멘트를 내뱉었다. 3차전 승부의 관건도 역시 선취점으로 꼽은 선 감독은 “3차전 선발 브라이언 매존이 초반만 잘 막으면 오늘 같은 형식으로 불펜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며 특유의 지키는 야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양면성이 있지만 현재 삼성의 전력과 선수 구성상 지키는 야구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낯선 준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실패와 승리를 차례로 거듭한 선동렬 감독. 과연 최종 3차전에서는 몇 번째로 인터뷰실에 나타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