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최고의 해결사 겸 테이블세터
OSEN 기자
발행 2007.10.11 09: 04

[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삼성의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38)은 올 시즌 타점이 72개였다. 타율 3할3푼7리·22홈런에다 높은 장타율(0.563) 및 출루율(0.456) 그리고 둘을 합한 OPS(1.019)에서도 롯데 이대호(1.053)와 함께 유이하게 10할대를 마크한 선수치고는 상대적으로 타점이 적었다. 그러나 결코 양준혁의 탓이 아니었다. 양준혁 앞에서 그만큼 타자들이 출루하지 못한 결과였다. 삼성 테이블세터진의 출루율(0.313)은 8개 구단 중 최저였으며, 유일하게 3할3푼의 출루율을 넘기지 못한 팀이었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양준혁은 자신의 타석에서 주자를 구경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멀티히트를 친 양준혁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득점권 찬스는 한 번도 없었다. 톱타자 신명철이 5타수 무안타, 2번 타자 박한이가 4타수 1안타로 침묵한 것이 문제였다. 오히려 3번 타순에 배치된 양준혁이 두 차례나 출루하며 심정수·박진만 등 후속타자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테이블세터 역할을 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대구 홈에서 열린 2차전은 달랐다. 톱타자로 복귀한 박한이가 4타수 1안타로 평범한 성적을 냈지만 2번으로 격상된 김재걸이 3타수 2안타로 공격의 포문을 열어젖힌 것이 양준혁에게는 고무적이었다. 김재걸이 우전안타로 나간 4회말 볼넷을 얻어 심정수에게 찬스를 연결시켜 주는 테이블세터 역할을 한 양준혁은 김재걸이 기습번트로 내야안타로 출루한 6회말 1사 후에는 최영필의 3구째 밋밋한 132km 슬라이더를 정통으로 받아쳐 비거리 125m 대형 중월 투런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양준혁에게 해결사 본능은 애초에 없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잠자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1·2차전에서 양준혁은 6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만이 전부는 아니다. 양준혁은 준플레이오프 8타석에서 평균 4.38구의 공을 골라냈다. 3구 이내에 타격한 경우가 두 차례 있었지만 결과는 안타와 홈런이었다. 참을성과 적극성이 두루 겸비된 타격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중심타자로서 해결사 본능은 물론 상대적으로 팀이 취약한 부분인 테이블세터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는 점은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공 하나하나를 허투루 버리는 일이 없다. 양준혁도 “매 경기, 매 타석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MVP 같은) 개인타이틀에 연연하면 선수가 아니다”며 대선수다운 장인정신을 발휘했다. 최고의 해결사 겸 테이블세터로 자리매김한 양준혁. 선산을 지키는 고목나무처럼 그가 자리하고 있기에 창단 이래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 타선은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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