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엔니오 모리코네-후지와라 다쓰야 홀대 ‘유감’
OSEN 기자
발행 2007.10.11 10: 45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영화제에 초청한 유명 해외 게스트에 대한 홀대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0여년 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잡고 아시아 영화산업의 허브이자 세계적인 영화제로 거듭나려 해온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지난 4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아내와 함께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개막식장에서는 이탈리어 통역이 없어 부부는 배회했고, 갑자기 들이닥친 대선주자들(이명박 정동영 권영길) 때문에 진행요원의 손에 끌리다시피 레드카펫을 밟아야만 했다. 급기야 비까지 쏟아졌는데도 고령의 엔니오 모리코네 부부는 우산 하나 없이 쓸쓸히 100m에 가까운 레드카펫을 지나 입장해야 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밝혀져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결례는 또 있었다. 지난 9일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시안필름마켓-스타 서밋 아시아’ 공식파티에서였다. 스타 서밋 아시아의 메인 섹션이라고 할 수 있는 ‘커튼 콜’에 초청된 일본배우 후지와라 다쓰야는 이날 파티에서 일본어 통역이 없어 ‘혼자만의 메아리’와 같은 초청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배우들을 선정해 그들의 경력과 비전을 들어보겠다는 프로그램에 걸맞지 않은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소감은 대부분 비슷하니까 통역없이 그냥 넘어가겠다”는 사회자의 말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런 작지만 큰 실수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엔니오 모리코네가 불쾌감을 표시하며 출국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면서 “엔니오 모리코네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출국했고, 불쾌감을 표현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엔니오 모리코네와 후지와라 다쓰야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아시안필름마켓의 중요한 손님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옳다. 손님으로 초대해놓고 홀대를 한다는 것은 지탄받을 일이다. 작은 실수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두 사람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경험’으로 각인될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적인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은 규모와 외형을 키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어렵게 발걸음을 한 게스트들에 대한 배려와 원활한 진행이 따라야 옳다. 엔니오 모리코네와 후지와라 다쓰야에 대한 홀대는 그래서 더 유감스럽다. pharo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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