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0여년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부상한 성과와 세계적인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해 쏟아붓고 있는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한 단계 성장을 위한 따끔한 충고다. 언론과 관객들의 비판에 대립각을 세울 것이 아니라 미비했던 점을 보완해 국제영화제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할 때라는 촉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과 발전을 이뤄왔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흐르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했고 상영작들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도 커졌다. 해마다 월드 프리미어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작품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증명하는 지표다. 여기에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서 역할을 위해 지난해 아시안필름마켓(AFM)도 출범시켰다. 아시아의 공동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는 ‘코프로덕션 프로’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해 실질적 성과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배우들의 연합을 위해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도 올해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 해변에 마련된 파빌리온과 피프빌리지, 남포동 PIFF 거리 등 몇몇 장소를 제외하고 과연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심지어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시민들조차 이제는 반응이 시원찮다. 그리고 폐막 하루를 앞둔 지금까지 일어난 실수와 해프닝은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하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영화제를 찾은 게스트들에 대한 홀대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지 못해 벌어진 기자회견장 소동도 부산국제영화제가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도 높다. 프레스센터는 내외신 기자들이 갖가지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프레스 ID는 명확한 기준도 없이 비디오룸 사용을 제한했다. 또 ‘영화제의 얼굴’인 자원봉사자들 중 일부는 그 의미를 퇴색시키 듯 불친절한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형적 성장에만 주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제의 기본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올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체적인 느낌은 ‘매너리즘’이었다. 10여년 동안 열리면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여길지는 모르지만 아직 국제영화제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리고 해가 바뀔수록 더욱 견고해져야 하는 영화제의 기본 요소들은 여전히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의 허브, 또는 국제영화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처음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가졌던 생각과 그에 걸맞은 내실을 기하는 행동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