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케이블 MBC-ESPN은 올 준플레이오프부터 고공 카메라를 준비해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수 십 미터 상공에 위치한 카메라가 홈 플레이트를 고정 촬영하는 장치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시속 140km대 직구까지도 안방에서 그 로케이션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카메라의 미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한 볼거리 추가에 그치지 않고, 구심을 견제하는 더할 나위 없는 견제 장치로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카메라가 렌즈를 홈 플레이트에 고정하고 있는 이상 심판의 오심 가능성과 자의적 판정 가능성은 상당부분 사전 차단될 수 있다. 그동안 스트라이크 볼 판정은 심판의 고유권한이란 전가의 보도 하에 방치돼 온 경향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심판의 볼 판정이 도마 위에 올랐던 전례도 없진 않았다. 이로 인해 심판들은 이 카메라를 내심 부담스럽게 여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공 카메라 도입으로 역설적으로 심판들 역시 그동안 받아온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 구심을 맡았던 오석환 심판원과 최규순 심판원의 판정은 인간의 눈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확했다. 고공 카메라가 두 심판원의 실력을 증명해 준 것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역량이 떨어지는 심판원이 있다면 이 카메라가 껄끄러울 수 있다. 소위 '랜덤 존' 판정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판정하는 심판들이 그렇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프로야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점에서 심판원들은 상대적으로 '성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공 카메라 도입으로 심판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고, 나아가 심판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판정하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