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텍사스의 가을은 쓸쓸하기 그지 없다. 승률 4할6푼3리(75승87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를 차지한 데다 한때 팀내 최고 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 만 하는 딱한 처지다.
잘 알려졌다시피 텍사스는 지난 2004년 알폰소 소리아노(시카고 컵스)와의 맞트레이드로 로드리게스를 뉴욕 양키스에 넘기면서 큰 돈까지 대신 내주겠다고 했다. 그 계약은 현재도 유효해 향후 3년간 매년 700만 달러씩 총액 2100만 달러를 양키스 구좌로 이체시켜야 한다. 물론 이는 로드리게스가 양키스 잔류를 선택할 때 얘기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암시한 대로 로드리게스가 FA를 선언할 경우 텍사스는 큰 돈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양키스를 제외하면 로드리게스가 갈 수 있는 팀으로는 LA 에인절스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꼽힌다. 이들 팀은 텍사스와 같은 지구에 소속된 라이벌이다.
AL 서부로 로드리게스가 둥지를 옮길 경우 텍사스는 현역 최고 선수를 시즌 20차례나 상대해야 한다. '우리 팀에 필요 없다'며 내친 탓에 마주하기 껄끄러운 로드리게스인데 같은 지구 팀으로 이적해 매번 비수를 날린다면 아픔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공돈'을 퍼주는 것도 아깝지만 '괴물'을 수차례 맞상대하는 것도 괴롭기 짝이 없다.
로드리게스 문제를 굳이 외면한다 해도 또 다른 요인이 텍사스를 더욱 허탈하게 한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 진출한 콜로라도 로키스를 볼 때 마다 텍사스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게 된다.
콜로라도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디비전시리즈에서 꺾으면서 역대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구단은 2개로 좁혀졌다.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 텍사스가 문제의 두 구단이다.
1998년 창단해 역사가 일천한 탬파베이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48년 역사를 자랑하는 텍사스 입장에선 치욕이나 마찬가지다. 텍사스는 지난 1996년, 1998년 1999년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매번 상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녕 ALCS 무대에도 서보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부터는 8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 기간 중 지구 꼴찌의 수모를 무려 5차례나 당했다.
문제는 내년 이후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즌 중반 간판 타자 마크 테셰이라를 애틀랜타로 트레이드하며 '리빌딩'을 선언한 만큼 당분간 좋은 성적을 올리기는 힘들다. 팜시스템을 정비해 다시 팀을 만들려면 최소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텍사스의 올해 연봉 총액은 6900만 달러. 5000만 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콜로라도나 애리조나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도 이들의 잔치를 지켜보는 구경꾼 신세가 됐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미래가 밝은 팀으로 여겨졌던 텍사스가 재도약할 시기는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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