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은 투수다'. 포스트시즌서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명제다. 그런데 여기서의 '투수'는 선발투수를 의미한다. 확실한 선발 1~2명을 보유한 팀이 포스트시즌은 절대 유리하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이 말은 너무 당연하다. 한국의 준플레이오프와 비슷한 시기에 열린 일본 퍼시픽리그의 클라이맥스시리즈만 봐도 지바 롯데는 에이스 2명의 완투로 소프트뱅크를 이겼다. 1차전 와타나베의 완투, 3차전 나리세의 완봉투로 사실상 투수 2명만 가지고 단기전을 승리했다.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도 전반적으로 선발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그렇기에 선동렬 삼성 감독의 2007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의 통념에 대한 도전으로도 비쳐진다. 사실상 '선발 없이' 우승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우승 때와 달리 삼성엔 배영수가 없다. 브라운-매존이 있지만 선발 용병도 3년새 가장 흉작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 감독은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들어 '선발 5이닝 책임'이란 철칙까지도 스스로 깼다. 9일 2차전에서 전병호를 선발 투입한 것이나, 4회(노아웃)부터 불펜을 돌린 것이나 이전의 삼성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선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을 축으로 윤성환-권혁-안지만-임창용의 불펜으로 한국시리즈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심산이다. 불펜을 가지고 우승한 대표적 전례로는 1999년 다이에(현 소프트뱅크)를 꼽을 수 있다. 당시 다이에는 1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투수 왕국 주니치를 꺾고 일본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었다. 공교롭게도 1999년은 선 감독의 주니치 마지막 시즌이었다. 그러나 일본시리즈에 직행한 다이에와 달리 지금 삼성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가야 한다. 아차하면 불펜진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선 감독의 투수 교체 테크닉이 어디까지 섬세해질 수 있느냐에 따라 '불펜야구도 단기전에서 우승할 수 있다'란 새로운 명제가 탄생할 수도 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