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근호' 를 꿈꾸는 2군 선수들의 세계
OSEN 기자
발행 2007.10.12 09: 11

'서포터들의 함성과 노래, 수많은 관중의 박수, 자신을 찍은 카메라들과 기자들의 질문'.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물론 이런 일은 프로 선수들 중에서도 단 몇 명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대표급이나 스타 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더라도 그만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훈련을 매진하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2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1군에서 뛸 그리고 언젠가는 스타가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썰렁한 그라운드를 뛰고 또 뛴다. ▲ 낯선 등번호들이 뛰고 있는 그라운드 지난 11일 성남 종합 운동장에서는 2군리그 결승 1차전이 열렸다. 예전 성남 일화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이곳은 현재 성남 2군의 홈이다. 결승 맞상대는 포항이다. 경기장에는 한동원, 서동원, 조용형, 고기구, 이광재, 최태욱 등 1군에서 뛰던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지다. 1군 경기에서 뛰지 못해 경기 감각 및 컨디션 유지를 위해 출전한 것. 여기에 결승전이라는 경기의 중요성도 이들의 출전을 가능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팬들에게 그리 낯익은 선수들이 아니다. 42번, 28번, 38번, 33번 등 1군 경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등번호의 선수들이 즐비했다. 이들은 국내 스타들에게 또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밀려 1군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거나 해당 구단에서 키우고 있는 유망주들이다. 이들은 이번 경기에서 잘 뛰면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몸을 날리고 슈팅하고 공을 향해 달렸다. ▲ 이근호가 제 희망이에요 경기가 끝난 후 패배한 포항의 한 선수를 만났다. 올해 스무 살인 이성재는 지난해 입단한 2년차지만 아직까지 1군 출전 기록이 없다. 지난 7월 캐나다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다녀왔지만 출전은 하지 못했다. 포워드인 그는 고기구, 이광재 뿐만 아니라 슈벵크, 조네스 등 외국인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한다. 이성재는 이날 2군 결승전에서 포항의 만회골을 기록했다. "이근호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를 보고 저도 희망을 가집니다". 이성재는 두 살 위인 이근호(22, 대구)를 언급했다. 이근호는 인천에서 2군 선수로 활약하다 올 시즌 대구로 옮겨 올림픽대표와 국가대표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런 이근호의 모습은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 이성재에게 좋은 역할 모델인 것이다.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이근호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고쳐나간다고 귀띔했다. 이성재에게 이근호 말고도 자신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다른 선수들이 있다. 바로 함께 캐나다에 다녀온 U-20 대표팀출신 선수들이다. 이청용, 이상호, 최철순 등 태표팀에서 함께 뛴 친구들이 올림픽팀과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 이성재는 언젠가 이들과 맞부딪칠 날을 꿈꿨다. "부럽죠. 저도 경기장에 나가면 친구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텐데요. 일단 제 자신을 닦으면서 준비하다보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친구들과 1군 경기에서 만나 자웅을 겨루고 싶어요". ▲ 주위에서 지켜보면 안쓰럽기는 하지만 이겨내야죠 이성재 같이 2군 선수들을 가장 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시선은 어떨까? 포항의 신주현 주무는 우선 안쓰럽다고 얘기했다. "저 나이대 선수들에게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죠. 군대 문제도 있고 1군 경기에 뛰지 못하니까요. 또한 팀의 막내라서 숙소 생활도 불편한 점이 있을 겁니다. 어린 나이에 안쓰러워요". 하지만 신 주무는 이성재를 비롯한 2군 선수들이 꿈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프로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프로는 경쟁의 연속이잖아요. 이성재를 비롯해 모든 2군 선수들은 오늘도 꿈을 위해서 묵묵히 훈련을 합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면서요. 옆에서 지켜보면 진정한 프로는 고난을 이겨내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을 이겨내야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고요". ▲ K리그 선수 육성의 기반, 2군 리그 어느 나라 리그나 다 그렇듯 2군 리그는 스타 선수들을 길러내고 선수를 공급하는 기반이다. 앞서 말한 대로 2군에서는 유망주를 키워내고 1군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을 비축한다. 또한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2군에서 뛰며 경기 감각을 조율한다. 탄탄한 2군을 가지고 있는 팀은 1군에서도 큰 도움을 받는다. FC 서울이 주전 선수들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는 경기를 하면서 1점씩 1점씩 승점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던 것도 이상협, 고명진, 송진형, 안상현 등 2군 선수들의 공이 컸다. 이동국 등 스타선수들이 빠져나간 포항이 탄탄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유망주들이 2군에서 경험을 쌓고 조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남과 수원 역시 2군 선수들 덕분에 팀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탄탄한 2군 리그는 K리그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없어서는 안될 우리 축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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