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테리우스' 안정환(31, 수원 삼성)의 발 끝은 여전히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춰있다. 딱히 이유는 없다. 컨디션이 특별히 떨어지는 것도, 몸이 무겁거나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원인이 없다는 게 안정환 본인과 수원의 차범근 감독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안정환이 프로 무대에서 골맛을 본 것은 지난 5월 30일 삼성 하우젠컵 성남전이 끝이다. 올 시즌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던 안정환은 정규리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지난 90년대 후반 한국 프로축구의 르네상스를 일으키며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했던 안정환이었지만 끊없는 하향곡선을 그리며 그를 아끼는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솔직히 기대는 매우 컸다. FC 서울과 2군 경기중 관중석 난입 사태로 물의를 빚었던 안정환은 지난달 15일 광주전을 통해 1군 무대에 모습을 보였으나 한 달째 골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웃는 일이 거의 없다. 박성배 등 절친한 동료들조차 "절박한 안정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오직 본인이 알아서 풀어나가야 한다. 성남과 치열한 리그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범근 감독의 기약없는 기다림도 서서히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아직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주지만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제 남은 한 경기, 대전 시티즌과의 원정전이다. 안정환의 출전도 유력하다. 유난히 대전전에 강했던 안정환이다. 지난 3월 14일 홈에서 치러진 올해 첫 대결에서 안정환은 해트트릭을 작렬, 4-0 승리를 이끌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지긋지긋한 침묵을 드디어 깰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위해 무조건 승리가 필요한 대전전. 이 중요한 고비에서 안정환은 득점과 더불어 팀의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