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3차전, '침묵의' 크루즈가 일 낼까
OSEN 기자
발행 2007.10.12 11: 39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외국인 타자 제이콥 크루즈(34)는 올 시즌 만점 활약을 펼쳤다. 121경기에서 418타수 134안타, 타율 3할2푼1리·22홈런·85타점을 기록했다. 팀 내에서 타율·홈런·타점·안타 모두 가장 많았다. 장타율(0.550)·출루율(0.442)도 팀에서 가장 높은 타자였다. 김태균·이범호 등 토종타자들도 있지만 2007시즌 한화 타선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크루즈였다. 그러나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크루즈는 1차전에서 4타수 1안타 1득점, 2차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2경기 도합 7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타점은 없었고 장타도 없었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1차전에서 동반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반면 크루즈는 평균 이상도, 이하도 아닌 활약이다. 오히려 2차전에서 쐐기 투런포를 작렬시키는 등 2경기에서 6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2볼넷으로 맹활약한 삼성 3번 양준혁에게도 크게 밀리는 성적이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지난 시즌까지 활약한 제이 데이비스와 올 시즌 크루즈의 가장 큰 차이점을 ‘선구안’으로 지목했다. 김 감독은 “데이비스나 크루즈나 비슷한 수준이다. 파워는 데이비스가, 정교함은 크루즈가 조금 더 낫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능력이 크루즈가 낫다. 특히 큰 경기에서는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크루즈의 손을 들어줬다. 김 감독으로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데이비스가 타율 1할2푼2리에 12삼진으로 부진한 것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지만 그만큼 올해 크루즈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러나 1·2차전만을 놓고 볼 때에는 크루즈가 특별히 데이비스보다 나은 것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지난해 13경기를 뛴 데이비스와 이제 막 2경기를 소화한 크루즈를 비교 선상에 놓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한화로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3차전에서는 크루즈를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 됐다. 삼진만 2개를 당한 1차전 부진은 보이지 않았을 뿐 명백했다. 그러나 2차전은 달랐다. 특히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상대 선발투수 전병호를 강판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6회 세 번째 타석에도 1루 땅볼로 아웃됐지만 6구까지 승부했다. 비록 9회에는 2구만에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시점이었다. 장타자에게는 꼭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려주는 매력이 있다. 정교함과 파워 그리고 선구안까지 두루 갖춘 크루즈에게 1·2차전이라는 그림은 무미건조했지만 최종 3차전이라는 캔버스에는 거침없는 붓놀림과 함께 화려한 유화로 장식될지도 모를 일이다. 2차전까지 침묵을 지킨 크루즈를 3차전에서 주목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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