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정재영(37)이 정재영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무뚝뚝 코미디를 완성했다. 바로 18일 개봉하는 영화 ‘바르게 살자’(라희찬 감독, 필름있수다 제작)다. 융통성은 제로이고 정도만 걷는 교통과 순경 ‘정도만’이 은행강도 모의훈련을 완벽히 해내기 위해 자신이 맡은 강도 역을 실전처럼 수행하면서 꼬이게 되는 코믹 상황극이다. ‘바르게 살자’에서 정도만으로 분한 정재영은 시침 뚝 때고 철저히 심각하다. 스스로 절대 웃지 않는데 그럴수록 관객들은 더 크게 웃고 있다. ‘정재영표 무뚝뚝 코미디’를 파헤치기 위해 직접 그와 대면했다. - 영화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나의 결혼 원정기’부터 지난해 ‘거룩한 계보’까지. 코미디 장르가 아님에도 정재영의 연기를 보면 웃음이 난다. 웬만한 코믹 연기의 대가들보다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기술이 있다. ‘바르게 살자’에서 맡은 정도만 역은 그 웃음의 정점에 있는 듯 하다. 정재영이 추구하는 코미디는 무엇인가? 코미디는 무조건 진지하게 해야 한다는 사람중의 하나다. 진지함이 지나쳐야 오히려 관객을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이 웃기려고 하면 하나도 안 웃긴다. 제가 재미있게 보는 식으로 연기를 하는 것 같다. 시침 딱 때고 그러면 더 웃기다. 지금은 그런 식의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는 능력이다. 앞으로 변화도 필요한 것도 같다. ‘무뚝뚝 코미디’를 완성하든지. 변화를 주든지. 장진감독의 코미디에서만 가능하다. 다른 류의 영화에서 그런 코미디는 적합하지 않다. - 앞으로 ‘정재영표 무뚝뚝 코미디’를 완성해 갈 생각인가? 변화를 주고 싶은가? 관객이 질리지 않는다면 계속 하고 관객들이 질리면 변화를 줘야 한다고 본다. 어차피 제 잘난 맛에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꼭 거기에 맞춘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성향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대중들의 심리라는 것이 나의 심리고 영화 속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길이다. 나는 연기를 이렇게 했는데 관객들이 ‘젠 왜 저러는 거야’ 하면 대중들을 외면한 혼자만의 리얼리티다. - 본인은 실제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가? 재난 영화 좋아한다. 지구에 위기가 오는 등등의 영화. 우리나라 영화는 사람에 대한 재난이지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 영화는 없는 것 같다. 혼자서 볼 때는 작품성 있는 것도 본다. SF거나 아예 소소한 이야기. 어중간한 한국 코미디는 별로 안 본다. - 어중간한 한국 코미디를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코미디는 20-30대를 겨냥한 코미디다. 저는 그 나이대가 아니다. 코미디 자체가 20대에 맞춘 영화고 웃자고 만든 영화라서 제가 볼 때는 그런 영화가 저에게는 별로 웃기지 않다. 저는 이상한 데서 웃는다. 일반 코미디를 보면 냉소적이다. -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 (신)하균이 재미있다고 추천해서 본 영화가 있다. 제목도 길어서 외우기 힘든 영화 ‘미스 리틑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이다. 나중에 기회가 돼서 와이프랑 봤는데 와이프는 별로 감흥을 못 느꼈다. 하지만 저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복받쳤다. 진짜 꾹꾹 참았다.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저 감독은 정말 저렇게 영화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밋밋하게 보여주고는 마지막에 나에게 뭔가 확 오게끔 만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천재인 것 같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코미디로도 생각되고 휴먼으로도 생각되는 영화다. - 개봉할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 ‘바르게 살자’에서 정도만이란 역을 맡았다. 융통성은 제로이다. 실제 본인과의 유사한 점이 있나. 정도만은 타협하는 것보다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꾀를 부리지 않고 정도를 걷는 그것을 극대화한 캐릭터다. 저하고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저도 지름길로 가기보다는 돌아가더라도 정공법으로 가는 스타일이다.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것에 충실 하려고 하고 다수보다는 소수 쪽을 선택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없다. - 바르고 정직하게만 살다 보면 피곤할 때도 있고 다른 옳지 않은 지름길을 선택하는 사람들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가. 바르게 살아서 피해를 본다는 것은 일시적이다. 언젠가는 다 밝혀지게 돼 있다. 진실은 밝혀진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믿는 사람 중에 하나다. 그게 저만의 종교인 것도 같다. 힘들지만 나를 믿고 열심히 하면 진실은 밝혀진다. 정의는 승리한다. 사회가 아무리 각박해도 이렇게 유지가 되는 것은 정의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앞에 나서지 않지만 뒤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유지되는 듯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면 아마 우리 사회는 폭발했을 것이다. 정재영은 소모품이 아닌 관객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정의했다. 그런 영화가 있을 때 영화라는 매체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좋은 영화가 그렇다면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일까? 배우가 영화 속 인물과 완벽히 하나가 돼 관객이 그 캐릭터로 몰입하고 영화 속 인물이 실제 그 배우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정재영 자신은 좋은 배우인가? 영화 ‘바르게 살자’에는 융통성 제로의 ‘정도만’만이 스크린에 있을 뿐 정도만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겠다는 인간 ‘정재영’의 자취는 없었다. crystal@osen.co.kr 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