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를 떠나 단기전 승부란 이런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결승전답게 양팀 모두 총력전을 전개했다. 양팀은 투수진을 총동원하며 단판 승부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 상대 허를 찌르는 과감한 투수 기용이 돋보였다. 투수 코치 출신으로 마운드 운용에는 일가견이 있는 양팀 감독들은 승부처마다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투수를 투입했다. 먼저 초강수를 동원한 것은 김인식 한화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3-1로 앞선 6회초 1사 1, 2루에서 1차전 선발이었던 ‘괴물’ 좌완 투수 류현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송진우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류현진은 첫 타자 박정환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대타 강봉규에게 안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후 8회까지 무실점으로 삼성 공격을 막아내며 팀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5-2로 앞선 9회초 신명철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양준혁에게 안타를 허용, 위기를 맞았으나 다음타자 심정수를 3루 땅볼 병살타로 처리하고 마운드를 구대성에게 넘겼다. 류현진은 지난 9일 1차전서 6.2이닝을 던진 후 이틀 쉰 다음에 마운드에 올라 3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다시 한 번 ‘괴물’임을 입증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날 경기서 좌완 투수 4명만을 동원, 삼성 타선을 3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어내는 독특한 투수 기용법을 선보였다. 선발 세드릭을 시작으로 송진우-류현진-구대성으로 이어진 좌완 투수들로 경기를 끝냈다. 김 감독의 제자인 선동렬 삼성 감독도 과감한 투수 기용으로 스승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선 감독은 전가의 보도인 특급 불펜진을 풀가동, 한화의 공격을 막아내려 안간힘을 다했다. 선 감독은 1회부터 선발 매존을 내리고 안지만을 등판시키며 ‘마운드 인해전술’을 펼쳤다. 매존부터 마지막 투수 권오원까지 총 8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1, 2차전 선발 투수들이었던 브라운과 전병호를 빼고는 모두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선 감독은 김인식 감독의 ‘류현진 승부수’에 맞서 특급 소방수인 오승환을 조기에 투입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선 감독은 6회초 공격서 한 점을 따라가 2-3으로 추격한 6회말 수비 2사 1, 2루 위기에서 예상을 깨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기대대로 위기를 잘 넘겼으나 7회와 8회 이범호와 고동진에게 솔로 홈런 한 방씩을 맞고 무릎을 꿇었다. 비록 선 감독의 ‘맞불작전’은 실패했지만 단기전 승부의 묘미를 보여줬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처럼 양팀 사령탑은 단기전 승부에서는 어떻게 투수를 기용하는 가를 보여준 한 판 경기였다. 해태시절 투수코치와 에이스 관계로 사제지간의 양팀 벤치의 대결에서 스승 김인식 감독이 제자 선동렬 감독을 3번 대결끝에 처음 이기며 한 수 지도했다. 경기 후 승장 김인식 감독은 “올림픽 예선전에서 선 감독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듯 선 감독은 단기전서는 투수 운용을 평소와는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