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2007시즌이었다. 마산고-연세대를 거쳐 지난 2001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신명철(29, 삼성)은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원조 드림팀의 멤버로 활약하며 입단 당시 팬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아마 시절의 명성과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팬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었다. 그라운드에 설 때마다 팬들의 비아냥과 질책에 시달리며 자신감을 잃어버린 그에게 지난 시즌 후 큰 변화가 일어났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삼성으로 이적하게 된 것. 신명철은 좌완 기대주 강영식(26, 롯데)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건실한 수비와 빠른 발이 돋보이는 신명철은 선동렬 삼성 감독의 총애 속에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 시즌 삼성의 붙박이 2루수로 활약하며 126경기에 출장, 타율 2할5푼2리 105안타 5홈런 31타점 43득점 19도루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트레이드 사례로 평가받았다. 데뷔 7년 만에 세 자릿수 안타도 때린 신명철은 이적 후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다시 태어난 셈. 주전 확보와 또다른 행복은 데뷔 첫 가을 잔치 참가. 하위권에서 맴돌던 성적 탓에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던 신명철은 백업 요원이 아닌 팀에 없어서는 안될 주전 2루수로 가을 잔치에 뛸 수 있게 돼 옛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시즌 타격 3관왕을 차지했던 이대호(25, 롯데)가 "명철이 형이 부럽다"고 말했을 정도. 데뷔 첫 가을 잔치에 나서는 신명철은 지난 9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톱타자라는 중책을 맡았다. 좌완 세드릭을 공략하기 위해 선 감독이 꺼낸 비장의 카드.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탓일까. 이날 신명철은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공격의 첨병이 제 역할을 못하니 팀의 패배는 피할 수 없는 운명. 삼성은 한화에 0-5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10일 홈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한 뒤 12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3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2-5로 패색이 짙은 9회초 마지막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선 신명철은 한화의 특급 좌완 류현진(20)의 134km 짜리 직구 초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는 105m짜리 솔로 아치.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으나 잊을 수 없는 첫 경험을 얻은 셈이다. 자신을 알아주는 스승과 변함없는 팬, 그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을 잔치의 참가. 적어도 신명철에게 2007년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한 해가 아닐까.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