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선동렬, '깨끗한 승부, 깨끗한 뒤끝'
OSEN 기자
발행 2007.10.13 08: 55

[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김인식 감독(60)과 삼성 선동렬 감독(44)이 사제지간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 다리 건너면 인연이 될 정도로 좁다면 좁은 야구판이지만 김 감독과 선 감독은 조금 더 특별했다. 지난 1986년 김 감독이 해태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로 부임하면서 바로 전 해 입단한 선 감독과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것이 시작이었다. 선 감독이 국보급 투수의 반열에 오를 때 김 감독이 투수코치로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인연이다. 스승과 제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이어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또 마주쳤다. 결과는 스승의 2승1패 설욕. 하지만 승패를 떠나 스승과 제자는 깨끗한 승부와 깨끗한 뒤끝으로 명승부를 더욱 빛냈다. ▲ 패장 선동렬, 졌지만 당당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한국시리즈와 인연이 깊다. 현역 시절 한국시리즈 14경기에 등판, 6승1패4세이브 방어율 1.74를 기록하며 전성기 해태를 무려 6차례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는 지우고 싶은 기억뿐이다. 1994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⅔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것이 전부다. 사령탑이 된 후에도 패배를 모르고 살아온 선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제동을 건 무대는 다름 아닌 준플레이오프였고 공교롭게도 상대는 또 한화였다. 하지만 패장이 된 후에도 선 감독은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최종 3차전을 앞두고도 선 감독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이 경기 전부터 침묵과 함께 감독실을 지키며 긴장의 기색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사령탑 데뷔 후 첫 단기전 시리즈 패배에 대해서도 선 감독은 “사실 올해는 처음부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진 것은 아니다”며 준플레이오프 패배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당당함만 앞세운 것은 아니었다. 패배에 대한 냉철한 복기와 내년을 기약하는 당당함을 보였다. “마무리 캠프에서 가능성 있는 투수들을 선발로 키우고, 타선도 보강할 것”이라며 내년을 기약했다. 또한 적절한 위트로 한화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선 감독은 “2차전에서 패해 편하게 보내드려야 했는데 3차전 9회까지 피 말리는 승부로 괴롭혀 김인식 감독님께 죄송하다”며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 승장 김인식, 고민과 덕담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부터 1차전에서 6⅔이닝 동안 128구를 던진 류현진을 불펜에 대기시키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실제로 3차전에서 류현진을 다시 한 번 등판했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기자들과의 만남에도 한참 늦게 나타난 김 감독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가끔 내뱉는 특유의 유머에도 분위기는 어색함이 흘렀고, 안 그래도 빨간 볼은 더욱 빨개졌다. 4차례 준플레이오프 승부에서 3승1패로 강한 면모를 보인 김 감독이었지만 승부의 세계는 잠시의 긴장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3차전 승리 후 김 감독은 한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취재진을 마주하는 표정에서는 짐짓 여유가 흘렀다. 그러나 이내 여유는 플레이오프를 향한 고민으로 번졌다. 준플레이오프 승리 소감보다는 플레이오프 출사표가 더욱 부각되자 여유는 사라졌다. 류현진의 불펜등판으로 헝클어진 마운드 운용 여부와 맞상대하는 두산에 경계심을 보였다. 그 와중에도 김 감독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야구는 모른다. 해봐야 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읊은 것이다. 선 감독이 당당하게 김 감독과 한화의 승리에 진심으로 축하하고 덕담을 아끼지 않은 것처럼 ‘스승’ 김 감독이 삼성과 선 감독에게 위로와 당부를 전하지 않을 리 없었다. 김 감독은 “3년차가 된 선 감독이 올해 고생을 많이 했다. 선수들이 자주 아프고 배영수도 빠졌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도 컸다.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일이 많았는데 잘 극복했다”며 “선 감독에게는 올림픽 예선전이라는 더 중요한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잘 해낼 것이라 본다”고 선 감독에게 위로와 당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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